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 주주 추천제로 사외이사를 공모하는 곳은 현대차, 현대글로비스, 현대모비스다. 통상 이사회 내 사외이사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임하는 방식보다 투명해진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현대모비스 인적분할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개편을 시도했다. 그러나 분할구조와 현대글로비스 합병비율 등 논란이 커지면서 관련 안을 철회했다. 이후 많은 시나리오가 등장하고 그 시기에 대한 전망도 즐비했으나 현재까지 큰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주주 추천 사외이사 공모제 도입을 발표한 날은 지난 2일이다. 현대모비스는 현대글로비스, 현대차와 함께 그룹 지배구조 개편 핵심이지만 관련 제도 도입은 상대적으로 늦었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중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서는 현대모비스 주주 설득이 중요하다”며 “과거 지배구조 개편 실패 이후 그룹 움직임을 보면 한마디로 ‘소통’과 ‘성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자율주행을 넘어 날아다니는 이동수단 등을 발표하면서 다소 추상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다”면서도 “비전을 제시하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향후 그룹 지분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돼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해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면 순환출자 고리가 끊어진다. 가장 단순한 방법이지만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2018년 시나리오에서 문제가 됐던 합병비율을 변경하는 방안도 유력하지만 명분이 부족하다. 다만 현대모비스 인적분할은 자금을 최소화하면서 순환출자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현대모비스를 존속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나누고 현대글로비스 지분과 현대모비스 존손부문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이다. 사업부문은 시장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 주주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최근 주가 흐름을 보면 현대차그룹 내에서 현대모비스가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앱티브와 JV 설립은 물론 미래 자동차시장 선점 핵심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시가총액이 늘어날수록 지배구조개편 시 정의선 수석부회장 지분율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는 점에서 불리하다.
시장 관심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9.57% 지분을 보유한 현대오토에버(2019년 상장)에 쏠린다. 시스템 통합(SI) 업체로 현대글로비스와 합병 시 IT와 물류를 아우르면서 그 가치 또한 높아질 수 있다. 과거 주요 그룹은 SI와 물류 기업을 통한 일감 몰아주기로 승계 재원을 마련하기도 했다. 현재 이러한 방안은 무리가 있다는 점에서 두 기업 통합 후 실질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성공한다면 정의선 수석부회장 지배력도 단연 높아진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그룹 내 부품사 합병과 함께 현대오토에버와 현대글로비스 통합 후 가치제고를 통한 지배구조개편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며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개편이 유력해지면서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말 인사 등도 감안하면 올해 지배구조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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