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를 보여주는 장면이 지난해 10월 SK텔레콤과 카카오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이다. 카카오톡 앱이 출시된 지 약 10년 만이었다. 양사는 최소 1년 간 상호 지분을 보유하며 미래기술 협력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PC 시대 한메일 위상…모바일 카톡 대세 이어가
카카오는 회사 발자취를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세워진 1995년 2월부터 소개한다. 인터넷은 곧 야후였던 시절 대항마를 자처하던 다음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패러디 광고로 화제를 모았다. 영상에는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둔 남북 병사 사이로 개구리 한 마리가 지나며 “다음에서 만나자”는 문구가 나타났다.
이후 이메일 서비스 한메일이 인기를 끌자 동네 PC 수리점이 윈도우를 새로 설치한 뒤 인터넷 첫 화면을 다음으로 설정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UCC 시대를 적극 활용하며 양대 포털 네이버를 견제하던 다음은 2014년 10월 카카오와 합병했다. 2007년 애플 아이폰 출시로 온 세상이 한 손에 빨려 들어간 모바일 빅뱅 이후 7년만이었다.
포털 사업 위상은 꺾이는 대신 카톡 기반 사업은 오름세다. 2010년 출시된 카카오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MAU)가 4473만1000명으로 사실상 전국민에 가깝다. 같은해 9월 기준 모바일 메신저시장 점유율은 94%에 달한다. 이 기간 카카오 영업이익은 590억8200만원으로 2015년 이후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신규사업인 모빌리티와 페이, 글로벌, 인공지능(AI), 블록체인을 제외한 기존 사업 영업이익은 886억원이다.
매출액 7831억7500만원 가운데 플랫폼 부문이 3507억3000만원을 차지한다. 여기서 톡비즈(카카오톡)가 1624억2000만원인 반면 포털비즈(다음)는 1260억5100만원으로 뒤처진다. 톡비즈에는 카톡 선물하기와 이모티콘이 포함된다.
전년 동기 매출은 포털비즈 1155억4500만원으로 톡비즈(1071억3900만원)를 앞섰지만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포털 매출이 전분기 대비 8% 떨어졌지만 톡비즈는 17% 올랐다. 신사업도 전분기보다 22%, 전년 동기 대비 105% 오르는 등 기존 포털 사업의 위치를 쫓는 형국이다.
음악 서비스 멜론과 게임, 다음 웹툰 등 콘텐츠 부문 사업 비중은 카톡과 포털 등 플랫폼 부문을 넘어선다. 같은 분기 플랫폼 매출은 45%, 콘텐츠 부문은 55%(4324억4500만원)를 차지했다.
플랫폼 매출은 카카오톡 선물하기와 이모티콘 판매, 광고 등에서 나온다. 온라인 광고시장은 2018년 약 5조5133억원으로 전년 대비 15.5% 성장했다. 이 중 모바일은 3조5987억원이었다. 광고 산업은 경기 침체 영향을 받지만 온라인의 경우 광고주가 다양해 민감도가 덜하다. 시장에선 지난해 카카오톡 채팅창에 도입된 광고 비즈보드(톡보드)가 일평균 매출이 8월 초 2억~3억원에서 12월 4억~5억원으로 뛰는 등 올해 매출 고성장을 내다본다. 카카오페이 거래액 역시 10조원대에서 성장을 이어가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
콘텐츠 부문에서 게임 매출은 전분기보다 1% 오르는 데 그쳤지만 음악과 유료 콘텐츠 성장이 가파르다. 음악은 전년 동기대비 11% 올랐고 유료 콘텐츠는 52% 뛰었다. IP(지적재산권) 등 기타 사업도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79% 올랐다.
캐릭터 상품 매장인 카카오프렌즈는 한국과 일본에 총 35곳이 운영중이다. 음악 서비스 멜론은 국내 플랫폼 3월 기준 시장점유율 61%에 11년 연속 온라인 음악 서비스 만족도 1위 등으로 1위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시장 점유율은 코리안클릭 기준 약 40%, 앱애니 기준 약 54%다. 카카오는 2016년 3월 카카오엠(옛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 76.40%를 취득하고 2018년 9월 카카오엠과 합병했다. 2019년 3분기 콘텐츠 부문 매출 35%를 음악이, 23%는 게임이 차지했다. 모바일게임 사업부가 카카오게임즈로 통합된 이후 PC와 모바일을 아우르는 퍼블리셔가 됐다. PC판 ‘검은사막’과 ‘배틀그라운드’가 시장에 안착했고 지난해 8월 ‘테라 클래식’, 10월 ‘달빛 조각사’ 등 화제작을 잇따라 시장에 선보였다.
종합 콘텐츠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는 12시간 후 1회차 무료 감상이 가능한 ‘12시간마다 무료‘ 서비스로 호응을 얻고 있다. 이용자는 처음에 무료 만화를 기다리다가 다음편을 이어 보기 위해 결재하게 된다.
카카오재팬의 ‘픽코마’는 카카오페이지 모델을 도입해 일본 디지털 만화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2016년 시작한 픽코마는 2018년 전년 대비 방문자 2.2배, 매출 2.7배 늘었다. 같은해 iOS와 구글플레이 만화앱 다운로드 1위에 오르고 일본 앱스토어 ‘베스트 오브 2018’ 앱에도 선정됐다.
운송분야 영향력도 점차 높아진다. 2015년 출시된 카카오택시는 지난해 6월 기준 2269만명이 사용하는 필수 앱이 됐다. 금융부문 카카오페이는 2018년 11월 투자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4달만에 투자액 4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8월 시장한 신용조회서비스는 4달만에 가입자 300만명을 넘겼다. 최근에는 신분증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금융장벽을 낮출 신원 관리 체계 연구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운송과 금융 외에 카카오가 주력하는 분야는 인공지능(AI)이다. 사내 독립기업 AI 랩(LAB)이던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연말 분사 후 이달 10일 특허청과 인공지능 기술 업무 협약을 맺었다. 카카오가 19개 국어 번역 처리 기술인 ‘카카오 i 번역’ 엔진을 특허정에 제공하면, 정부는 특허 심사 시 다양한 문서를 비교 분석하고 번역한다. 번역 엔진의 자연어 처리 기술로 특정 주제어를 추출해 기존 특허 문서에서 유사한 문서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해외 특허 문서 분석과 번역에도 쓰일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제국은 항공과 정보통신 분야로도 영토를 넓히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대한항공과 MOU를 맺었다. 앞으로 승객이 항공권을 찾는 순간부터 결제・체크인・탑승에 이르는 전 과정이 모바일에 최적화 될 전망이다. 카카오는 자사 콘텐츠를 대한항공 기내에서 제공하고 관련 상품 판매도 확대할 길이 열렸다.
상전벽해를 보여준 장면이 지난해 10월 SK텔레콤과의 3000억원 주식 교환이다. 카톡은 스마트폰 출시 초기 무료 메신저 서비스와 보이스톡 때문에 통신사에게 달갑지 않은 존재였다. 5G 서비스 가입 유인인 콘텐츠가 필요한 통신사와 ‘국내 강자’에만 머무르던 카카오의 해외 공략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양사가 AI와 5G 등 미래 기술 협력을 약속한 만큼 데이터 경쟁력도 확보하게 됐다. SK텔레콤 T맵 데이터가 카카오택시에 쓰일 가능성도 열렸다.
카카오는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며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입지를 굳혔다. 연결대상 종속기업은 지난해 9월 기준 96개에 달한다.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신사업 폭이 넓어지는 모습이다.
카카오 미래가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사고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김 의장은 지난해 4월 ‘카카오임팩트의 첫 발, 100up 해봄’ 컨퍼런스에서 문제정의에 대한 통찰을 공유했다.
그는 “문제가 가지고 있는 모순을 제대로 정의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고의 전환이 일어날 때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며 “플랫폼을 만들어 사회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찾고, 문제정의를 올바르게 해두면 해결은 다양한 방법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신사업이 문어발이 아닌 도전으로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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