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평가는 무디스와 공동으로 19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2020년 한국 신용전망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 한국, 국가 채무 늘어날 것
크리스티앙 드 구즈만 무디스 한국담당 애널리스트는 2020년 대한민국(Aa2)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G20 국가 중 영국,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포함해 6개국을 부정적으로 전망했고 아시아지역에서는 홍콩, 베트남, 파키스탄, 몰디브 등이 부정적 전망을 받았다.
그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저성장과 리스크, 제도적 약화로 연결되면서 정부 능력도 약화됐다”고 말했다.
무디스는 부정적 전망에 주요 원인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꼽았다. 한·일간 외교적 갈등은 현재까지는 통제가 가능한 수준이다.
그러나 미·중간 긴장관계는 넓은 범위에서 시사점을 갖는다. 미·중무역분쟁으로 인한 무역보호주의는 세계무역규모를 축소시켰다.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로 글로벌 벨류체인의 중요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욱 타격이 크다. 이 같은 이유로 무디스는 한국의 부정적 전망에 추가적 하방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능력 약화로 인해 예산 통과가 늦어진 점 등도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한국의 재정능력은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무디스는 한국이 높은 재정능력을 활용해 외부 성장압박 요인을 상쇄하고 있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에 대해 올해 2.0%에 이어 내년에도 2.1%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채무도 중기적으로 GDP대비 42%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한국과 동일 신용등급을 보유한 국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 은행권 신용 ‘안정적’
무디스는 2020년 한국 은행권 전망을 아시아에서 홍콩과 호주 다음으로 높다고 평가하면서 안정적으로 전망했다. 특히 정부 지원 가능성이 높은 것이 특징으로 홍콩, 일본, 방글라데시가 부정적 평가를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무디스는 영업환경, 자산건전성, 수익성 등 6개 지표에서 한국을 모두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소피아 리 무디스 이사는 “아시아 쪽 자산건전성은 떨어지고 있는데 한국은 2018년부터 뚜렷한 개선세가 보인다”며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조선, 해운 같은 취약한 산업 대출 비중이 줄어들었고 대출도 대부분 담보성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두 번의 금리인하가 자본건전성 유지에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무디스는 하지만 한국 은행권의 구조적으로 낮은 수익성을 지적했다. 이는 비용구조가 높고 비이자 수이기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은행권 수익성은 홍콩, 중국, 호주보다 낮지만 인도나 일본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일본은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기조와 마이너스금리, 인도는 자산건전성이 문제지만 한국은 이와 같은 문제가 없음에도 중간 정도의 수익성을 나타내고 있다.
유동성비율도 아시아권에서 취약한 편에 속한다. 이 기조는 내년에도 유지될 것으로 무디스는 내다봤다.
◆ 비은행권 ‘불확실성 지속’
한신평은 보험, 증권, 카드 등 비은행 금융기관들이 은행권보다 변수가 많아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양현조 한신평 본부장은 “각 금융권 별로 대응수단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은 2022년 IFRS17을 도입할 예정으로 저성장 저수익이 지속하고 있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는데 개별 업체 대응 수단은 부족한 상황이다.
증권업은 올해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책으로 규모가 확대되고 수익구조도 다변화하고 있다. 반면 우발채무 확대, 해외대체투자 리스크 등이 지속한 점은 부정적 요인이다.
신용카드업계는 올해 가맹점수수료를 인하했으나 결제실적이 꾸준히 증가하며 부정적 효과를 상쇄했다. 올해 영업이익도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 신용전망 ‘하향세’ 지속
한국 기업의 신용등급은 올해를 기점으로 하향기조로 전환됐다. KCC, SK하이닉스, 이마트, SK이노베이션, SK종합화학, LG화학 등 등급이 하향조정되거나 부정적 전망이 이어졌다.
무디스는 2020년에도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하향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유로는 대내외 불확실성, 저성장, 산업패러다임 변화를 꼽았다.
한신평 기업평가본부는 내년 등급 전망이 ‘긍정적’인 업종은 한 곳도 없다고 진단했다. 안정적으로 평가한 곳은 메모리반도체, 정유, 제약 등 10개 업종이었고 ‘부정적’으로 평가한 곳은 자동차, 항공 등 5개 업종이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