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증권사 고위험 ELS·DLS 발행증가…저금리 기조 속 투자자 솔깃

김승현 기자 2019-10-28 09:23:03
불완전판매 가능성 등…은행 판매 중단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데일리동방]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증권사가 발행하는 파생결합상품 중 투자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 고위험 상품 비중이 지속적으로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는 높은 수익률을 원하고, 증권사는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상품을 판매해 수수료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예·적금 등 안정적 금융상품을 다루는 은행까지 이런 상품을 팔다 보니 불완전판매 가능성 등을 고려해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파생결합증권(DLS) 발행 건수 5171건 중 원금 비보장형 상품은 3234건으로 62.5%였다. 원금보장형은 1937건으로 37.5%였다.

전체 DLS 발행 건수 중 원금 비보장형 상품 비중은 2011년 31.7%에서 2017년 70.9%로 6년 만에 2배 이상이 됐다. 이 비중은 지난해 62.5% 다소 줄었지만 올해(3분기 누적 기준)는 다시 74.9%로 커졌다.

주가연계증권(ELS)도 마찬가지다. 전체 ELS 발행 건수 중 원금 비보장형 상품 비중은 2011년 76.3%에서 지난해 90.5%로 커졌고 올해(3분기 누적 기준)도 91.9%로 더 확대됐다.

ELS는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상품이고 DLS는 그 외 금리, 신용, 원자재, 환율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상품이다.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기간 정해진 구간에서 움직이면 약속한 수익률이 지급되고 해당 구간을 벗어나면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증권사가 발행하는 ELS·DLS 중 원금 비보장형 상품 비중이 커진 것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012년 7월 연 3.35%에서 연 3.00%로 인하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6월에는 사상 최저인 연 1.25%로 낮췄다. 이후 두 차례 인상과 두 차례 인하를 거치며 기준금리는 이번 달 다시 연 1.25%로 하락했다.

이처럼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자 투자자들은 좀 더 나은 수익을 내는 상품을 찾았고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공격적 투자가 가능한 원금 비보장 상품을 만들어 판 것이다. 증권사는 이런 상품을 발행할 때와 판매할 때 각각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하지만 원금 비보장 상품은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대신 그만큼 고위험도 감당해야 한다.
통상 금융투자상품 위험등급은 초고위험(1등급), 고위험(2등급), 중위험(3등급), 저위험(4등급), 초저위험(5등급) 등 5등급으로 구분되는데 이 가운데 원금보장형 ELS·DLS 상품은 4~5등급에 속한다.

반면 원금 비보장형 ELS·DLS 상품은 1~2등급에 속하고, 특히 원금이 20% 이상 손실 가능한 상품은 1등급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최근 발생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시 문제가 된 해외금리 연계형 DLS는 투자 원금이 100%까지 깎일 수 있는 그야말로 '초초고위험' 상품이었다. 은행은 이런 ELS·DLS 상품을 펀드에 담아 주가연계펀드(ELF)·DLF 형태로 판매한다.

최근 DLF 사태는 초고위험 상품이 주로 안정추구형 투자자인 은행 고객에게 집중적으로 팔리며 터진 것으로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적지 않다. 금감원이 이달 초 공개한 DLF 사태 분쟁조정 사례에도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금리 투자상품', '손실확률 0%' 등으로 투자자를 속인 경우들이 있었다.

이 때문에 은행이 구조가 복잡하고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고위험 파생결합상품을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것을 어느 정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도 이런 지적에 따라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 제한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두고 논의 중이다.

금감원은 투자자들도 파생결합증권이 원금손실 위험이 있는 상품이므로 반드시 상품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본인 책임하에 신중히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