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HD현대가 설 명절을 앞두고 협력사 자금 지원에 나섰다. 조선·중공업 업황 회복 국면에서 협력사 유동성 안정이 공급망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자 명절을 계기로 현금 흐름을 앞당기는 선택을 했다는 평가다.
5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설 연휴를 앞두고 협력사에 총 5800억원 규모의 자재 대금을 조기 지급할 계획이다. 통상 명절 이후 지급되던 대금을 최대 3주가량 앞당겨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부문별로 보면 조선 부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가 약 3440억원을 지급하고, 건설기계 부문에서는 HD현대사이트솔루션과 HD건설기계가 약 1080억원을 조기 집행한다. 이밖에 HD현대일렉트릭(830억원), HD현대마린솔루션(200억원), HD현대마린엔진(190억원), HD현대로보틱스(50억원) 등 주요 계열사들이 동참한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협력사들의 자금 수요 구조가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상여금과 귀향비 지급 등으로 현금 지출이 집중되는 데다 원자재 가격 변동과 인건비 상승으로 중소 협력사들의 운전자금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점이 고려됐다.
특히 조선·중공업 산업 특성상 대형 프로젝트 중심의 수주 구조가 협력사 자금 흐름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발주부터 납품, 대금 회수까지의 시차가 길어질수록 협력사 재무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원청 기업의 대금 지급 방식이 사실상 공급망 안정성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기 지급을 단순한 명절 지원을 넘어 '공급망 관리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한다. 조선업 수주 회복 국면에서 협력사 생산 차질은 곧 납기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는 인력·부품 수급 불안이 수주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HD현대가 그룹 차원에서 조기 지급 규모를 명확히 제시한 것도 이러한 맥락과 맞닿아 있다. 단기적인 비용 부담보다 중장기적인 협력 관계 안정과 생산 연속성을 우선시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정부와 금융권이 강조하는 상생 금융 기조와도 맞물린다. 최근 금융당국은 대기업 협력사 대금 지급 관행을 기업가치와 ESG 평가 요소로 보고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조기 지급은 협력사 유동성 개선과 함께 그룹의 대외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이번 자재 대금 조기 지급이 명절을 앞둔 협력사들의 유동성 확보와 안정적인 경영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조선업 호황기에 접어든 시점에서 협력사와의 관계 설정이 장기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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