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HD현대중공업이 외국인 숙련공 전세자금 대출 지원에 나선 것은 인력난을 복지 차원이 아닌 생산성과 경쟁력의 문제로 다루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수주 호황 속 인력 병목이 조선업의 구조적 리스크로 부상한 상황에서 외국인 인력을 단기 고용이 아닌 장기 정주형 핵심 인력으로 관리하겠다는 전략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3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BNK경남은행과 협력해 국내 정주를 희망하는 외국인 근로자(E-7)를 대상으로 전세자금 대출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E-7 비자는 국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숙련 외국 인력에게 발급되는 취업 비자로, 일정 수준 이상의 경력과 기술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는 최소 2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까지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전세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 단순한 복지 확대를 넘어 외국인 숙련 인력이 가족과 함께 안정적으로 국내에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 문제까지 포괄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조치는 외국인 노동 정책의 방향성과 조선업 현장의 현실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단순 인력 확대가 아닌 고용의 질과 정착 문제를 핵심 과제로 제시해왔다. 외국인 노동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단기 체류와 불안정 고용, 지역 정착 실패로 숙련도가 축적되지 않는 구조가 산업 경쟁력 한계로 작용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포용적 노동시장 구축과 정주형 외국인 인력 확대, 가족 동반 체류와 장기 근무를 주요 정책 방향으로 내세웠다. 다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주거·교육·가족 동반 체류 여건 등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관련 제도가 담론 수준에 머물며 충분히 작동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HD현대중공업이 전세자금 대출이라는 금융 수단까지 직접 설계한 것은 정부 정책과 산업 현장 간 괴리를 기업 차원에서 메우겠다는 시도로 해석된다.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 정착을 가로막아온 최대 장벽이 주거 문제였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단순 복지를 넘어 정주형 인력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현장 적용형 해법'에 가깝다는 평가다.
특히 가족 동반 정주를 전제로 할 경우 사택이나 기숙사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외국인 근로자가 민간 임대시장에 직접 접근하기도 쉽지 않은 구조적 제약이 존재해왔다. HD현대중공업이 금융기관과 협력해 주거 문제를 구조적으로 풀어낸 것은 정부가 방향만 제시했던 정책 과제를 기업이 먼저 실행 모델로 구현한 사례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외국인 정주 확대 정책의 '수혜자'에 머무르기보다 대상(E-7 숙련공)과 수단(전세자금 금융 연계), 목적(장기 근속과 숙련도 유지)을 명확히 한 정책 실행자로 나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조선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인력 확보를 넘어 생산성과 경쟁력 차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선가 상승과 수주 잔고 확대에도 불구하고 숙련 인력 부족이 공정 지연과 품질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숙련공을 장기적으로 확보해 현장 숙련도를 유지하는 것이 원가 관리와 납기 준수 측면에서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가족 동반 정주가 가능해질 경우 외국인 숙련공의 이탈률을 낮추고 반복 채용과 재교육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기업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이점으로 꼽힌다. 외국인 인력을 단순 보조 인력이 아닌 현장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히는 이유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례를 두고 외국인 노동 정책의 실험장이 조선소로 옮겨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선업 특성상 숙련공 의존도가 높고 인력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만큼 기업이 주도적으로 정주 모델을 구축하는 흐름이 다른 제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외국인 숙련공의 경우 단기 체류형 기숙사보다는 가족과 함께 장기간 정주할 수 있는 주거 형태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자율적인 주거 선택을 지원해 안정적인 국내 정착과 장기 근속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정적인 생활 기반이 마련되면 숙련도 향상과 작업 품질의 안정화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가족 동반 정주가 가능해질 경우 근로자의 심리적 안정과 직무 몰입도가 높아져 현장 생산성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출 지원 제도는 외국인 숙련공의 장기 정착을 위한 핵심 제도로 지속 운영할 계획"이라며 "향후 제도 운영 결과와 현장 수요를 바탕으로 지원 대상과 규모 확대도 검토하고 지역사회와 연계한 정주 지원 방안도 단계적으로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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