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분양 시장이 위축되고 신규 개발 사업이 줄어든 가운데서도 도시 정비사업은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청약 미달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이 이어지고 있지만 재개발·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정비사업 수주 경쟁은 지속하는 모습이다. 건설경기 전반이 둔화한 국면에서 정비사업이 상대적으로 활발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수주 총액은 48조6655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건설이 업계 최초로 수주액 10조5000원대를 기록했으며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작년보다 3배가량 증가한 9조2388억원을 달성했다. 이어 GS건설은 6조원, 포스코이앤씨 5조원·HDC현대산업개발 4조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보였다. 대우건설과 DL이앤씨, 롯데건설은 나란히 3조 클럽에 입성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수주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사업 구조의 특성이 있다. 일반 분양 사업은 분양 성과와 금융 환경에 따라 수익 변동성이 크지만 정비사업은 일정 기간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핵심 입지에서의 정비사업은 매출 확보와 함께 브랜드 유지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주 경쟁의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공사비 조건이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이와 달리 최근에는 설계 수준과 금융 지원 조건, 이주비·사업비 조달 방안 등이 함께 검토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시공사가 금융 조건까지 포함한 제안을 내놓으며 수주전에 나서는 모습도 나타난다. 정비사업 수주는 시공 역량뿐 아니라 금융 조달 능력과 사업 관리 역량이 함께 평가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수주 이후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은 반복되고 있다.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이 이어지면서 시공사 측에서는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 반면 조합은 추가 부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협의가 지연되거나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사비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개별 사업장을 넘어 정비사업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평가했다.
공공재개발과 민간 정비사업 간 차이도 분명해지는 추세다. 공공이 참여하는 정비사업은 인허가 절차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구조다. 물론 수익성에는 일정한 제약이 따른다. 이와 달리 민간 정비사업은 조합의 자율성이 크고 수익성 측면에서 선택의 폭이 넓다. 다만 시장 상황과 금융 여건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직접 부담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정비사업 시장 내 양극화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입지와 규모가 우수한 대형 사업장에는 다수의 건설사가 참여하며 경쟁이 치열하지만 사업성이 낮은 중소 규모 정비사업장은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사업장별 추진 속도와 여건에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양 시장 회복 시점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비사업은 건설사와 조합 모두에게 중요한 사업 분야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물량 확보라는 장점과 공사비, 금융 부담, 사업 기간 장기화 등의 과제가 동시에 존재하는 만큼 향후 정비사업 시장의 흐름은 개별 사업장의 여건과 제도 환경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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