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HD현대와 한화오션을 중심으로 한 국내 조선업계가 2026년을 기점으로 수주 중심 경쟁에서 벗어나 생산 거점과 동맹국을 축으로 한 전략 경쟁에 본격 나서고 있다. 글로벌 발주 회복 국면에서도 수주 물량 확대보다 생산·협력 기반의 위치와 구성 방식이 중장기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부상한 데 따른 것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2024~2025년 수주 호황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주잔량을 확보한 상태다. 이에 따라 전략의 무게 중심은 추가 물량 확보보다 생산 안정성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구조 설계로 이동하고 있다. 특정 국가나 지역에 발주가 집중될 경우 정치·외교 변수에 따라 생산과 인도가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현실적 리스크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중 갈등과 제재 환경 확대로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조선업에서도 건조 거점 위치와 분산 전략이 경쟁력 요소로 부각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이에 따라 조선업 경쟁은 가격과 납기 중심의 구도를 넘어 발주국의 산업·안보 전략과 연계 수준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주요 발주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글로벌 발주국과 조선소 간 관계는 단순 선박 계약을 넘어 기술 협력, 현지 인력 양성, 유지·정비(MRO) 역량까지 포함하는 장기 협력 구조로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은 해군 함정과 지원선 도입 과정에서 미 해군 운용 체계에 대한 이해와 정비 수행 능력을 전제로 한 사업 구조를 운용하고 있다. 신규 함정 도입과 함께 정비 수행 자격과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민간 조선·정비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식이 병행되고 있다.
인도 역시 조선 발주를 산업 육성과 연계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국방·해양 산업 육성 정책에 따라 조선 발주 전반에서 현지 생산, 기술 협력, 인력 양성 확대를 유도하는 'Make in India'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 시장에서는 단순 수주 경쟁을 넘어 현지 파트너십과 장기 협력 구조를 전제로 한 사업 설계가 경쟁력을 가르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HD현대는 인도를 차세대 전략 거점으로 설정하고 현지 협력 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 인도는 해군 전력 현대화와 상선 발주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는 국가로 군함과 상선 수요가 병행 성장하는 시장으로 꼽힌다. 회사는 인도 시장에서 선박 설계·엔지니어링 기술 협력과 현지 조선 인프라 연계를 중심으로 파트너십 확대 가능성을 단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인도는 정부 차원에서 '마리타임 암릿 칼 비전 2047(Maritime Amrit Kaal Vision 2047)'을 제시하며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를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시장"이라며 "조선·해양 분야 협력을 지속 확대해 중장기적인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도 최대 국영 조선소인 코친조선소와 조선 분야 장기 협력을 위한 포괄적 MOU를 체결하고 설계·구매 지원, 기술 협력, 인력 교육 등 전반적인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미국을 축으로 한 전략 확장이 두드러진 사례로 꼽힌다.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수행하며 미국 해군의 운용 기준과 정비 절차, 품질 인증 체계에 대한 이해를 축적하고 있다.
단순 정비 물량 확보보다 미 해군 운용 체계에 맞춘 공정 관리와 품질 대응 능력을 검증받는 데 초점을 맞춘 행보다. 이를 통해 한화오션은 미국 내 조선·방산 인프라와의 협업 경험을 쌓는 동시에 현지 정비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MRO 사업을 발판으로 군함과 특수선 분야에서 장기 협력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미 해군 MRO 사업을 수행하며 MSRA(미 해군 정비 자격) 인증을 획득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군함 정비 분야에서의 기술 경험과 역량을 축적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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