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임대 세대 낙인’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분양과 임대를 섞어 배치하는 ‘소셜믹스’을 시행한 지 4년이나 지났음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임대 세대를 가려내려는 움직임이 반복되는 모습이.
18일 업계와 부동산 커뮤니티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 르엘의 동·호수 배치표가 다음 달 입주를 앞두고 온라인에 퍼졌다. 이 배치표에서는 공급 유형에 따라 각 세대가 다른 색상으로 표시돼 사실상 임대 세대 특정이 가능했다.
배치표가 공유되자 일부 커뮤니티에는 “로열층도 임대에 넘어간다”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입주 전부터 선입견과 임대 세대를 배제·비하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2021년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 임대주택을 특정 동이나 저층에 몰아넣지 못하도록 하는 ‘소셜믹스 원칙’을 규정했다. ‘임대동’을 따로 두거나 커뮤니티 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방식이 차별을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잠실 르엘의 임대 물량은 1865세대 가운데 198세대다. 이 중에는 서울시 신혼부부 대상 공공임대인 ‘미리내집’으로 공급되는 물량도 포함돼 있다. 전용 59㎡ 기준 전세금은 약 8억4000만원 수준으로 시세보다는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이 같은 갈등이 다른 재건축 현장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점이다.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에서는 조합장이 ‘전 조합원 한강뷰’를 약속했으나 심의 과정에서 서울시에 기부채납되는 공공임대 물량이 한강변에 배치되면서 조합원 물량 위치가 조정됐다. 이 과정에서 조합 내부 반발이 커지며 결국 조합장은 해임됐다.
지난 5월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역시 ‘한강뷰 임대주택’ 배치를 둘러싼 논란 끝에 정비사업 통합심의가 보류됐다. 조합이 임대를 저층·비선호 동에 집중 배치하려 하자 서울시가 “소셜믹스 원칙에 어긋난다”며 제동을 건 것이다. 결국 배치안은 수정됐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들은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불만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소셜믹스 정책이 4년간 지속되면서 제도적으로는 정착 단계에 들어섰으나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임대주택을 섞어 짓는 것만으로 차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며 “배치 정보 공개 방식, 커뮤니티 운영 기준, 갈등 조정 장치까지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유사한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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