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이제 기업과 공공기관은 물론 학생과 일반 소비자의 손바닥 위에서도 작동한다.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누구나 기술의 수혜자가 된 듯 보인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냉정한 질문이 필요하다. 이 거대한 지능을 실제로 만들고 운영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그리고 그 천문학적인 비용은 과연 누가 감당하고 있는가.
AI는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생성형 AI는 마법이 아닌 물리적 실체 위에서 돌아간다. 방대한 데이터와 고성능 반도체, 축구장 몇 배 크기의 초대형 데이터센터가 필요하고 정교한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수많은 엔지니어의 노동이 투입된다. 사용자는 무료 서비스처럼 느끼지만 그 이면에는 막대한 비용 구조가 똬리를 틀고 있다. ‘AI는 무료’라는 인식은 사용자 확보를 위해 기업이 만들어낸 경험의 착시에 가깝다.
AI가 공짜처럼 인식된 배경에는 검색엔진과 소셜미디어 등 과거 IT 서비스들이 취해온 ‘선(先)무료 후(後)유료’ 전략이 있다. 그러나 IT 산업의 역사를 돌아보면 무료는 언제나 시장 선점을 위한 초기 전략이었지 지속 가능한 구조는 아니었다. 지금의 AI 역시 비용을 감추거나 투자금으로 메우는 단계일 뿐 언젠가는 청구서가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AI의 비용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생한다. 24시간 가동되는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고 서버를 식히기 위해 엄청난 양의 물과 에너지를 사용한다. 특정 지역에 데이터센터가 집중되면서 전력망 부담과 환경 문제도 사회적 비용으로 누적되고 있다. 우리가 스마트폰 화면에서 몇 초 만에 얻는 답변은 전 세계 인프라가 떠안은 집합적 비용 위에서 생성된 결과물이다.
엄밀히 말해 지금 대중이 무료로 사용하는 기능은 AI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기업들은 맛보기 수준의 기능을 제공하며 데이터를 수집하고 시장성을 시험하고 있을 뿐이다. AI의 진짜 잠재력, 즉 업무를 혁신할 수 있는 고성능 기능을 활용하려면 그에 합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고도화된 추론 능력과 보안이 보장된 환경, 개인화된 AI 비서 기능은 결코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
다만 지갑을 열기 전에 선행돼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사용자의 ‘AI 활용 능력’이다. AI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호기심이나 유행에 떠밀려 유료 결제 버튼을 누르는 것은 낭비에 가깝다. 아무리 비싸고 뛰어난 도구라도 제대로 다룰 줄 모르면 무용지물이다. 질문하는 법을 모른다면 명쾌한 답을 기대할 수 없다.
대규모 모델 하나를 학습시키는 데에는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이 든다. 운영 단계에서도 질문 하나하나마다 연산 비용과 전력 비용이 발생한다.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비용은 선형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AI가 대중화될수록 역설적으로 ‘무료’라는 개념이 유지되기 어려운 이유다.
AI는 마법이 아니다. 누군가의 자본과 자원, 노동이 투입된 결과물이다. 지금 무료처럼 보이는 것은 비용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직 다른 곳에서 대신 지불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은 진화하지만 경제의 기본 원리는 변하지 않는다. AI 역시 예외가 아니다. AI는 결코 무료가 아니다. 이 명징한 사실을 직시할 때 비로소 성숙한 기술 논의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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