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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합병 추진…기업가치 20조 '초대형 핀테크 연합' 뜬다

선재관 기자 2025-11-26 17:51:26

덩치는 두나무가 3배 큰데…'의결권 위임' 묘수로 경영권 방어

업비트 주인 된 네이버…지분율 17%로 경영권 지킨 '기막힌 셈법'

네이버 - 두나무 [그래픽=선재관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합병을 공식 결의했다. 

기업가치 합산 20조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공룡 핀테크' 기업의 탄생이다. 특히 이번 합병은 피인수 기업인 두나무의 덩치가 3배 이상 큼에도 불구하고 네이버가 정교한 '지배구조 공학'을 통해 경영 주도권을 유지하는 방식을 택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네이버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두나무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안건을 승인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날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이사회 역시 해당 안건을 통과시켰다.

◆ 기업가치 15조 두나무 vs 5조 네이버파이낸셜…사실상 '역합병'급 체급 차이

이번 딜의 핵심은 양사의 기업가치 산정 결과다. 외부 전문기관 평가에 따르면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약 15조1000억원, 네이버파이낸셜은 약 4조9000억원으로 책정됐다. 비율로 따지면 약 3.06 대 1이다. 자회사로 편입되는 두나무가 모회사가 될 네이버파이낸셜보다 덩치가 3배나 큰 이례적인 구조다.

이에 따라 주식 교환 비율은 두나무 보통주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보통주 약 2.54주(2.5422618주)로 결정됐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두나무 주주들에게 신주 8755만9198주를 발행해 교부하게 되며 신주 발행가액 총액만 15조1284억원에 달한다.

가장 큰 쟁점은 합병 후 지배구조였다. 두나무의 가치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주식 교환이 완료되면 기존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 주주였던 네이버의 지분율은 89.21%에서 17% 수준으로 대폭 희석된다. 

반면 송치형 두나무 회장(약 19.5%)과 김형년 부회장(약 10.0%) 등 두나무 측 주주들이 합병 법인의 지분 약 30%를 차지하며 최대 주주 그룹으로 부상하게 된다. 수치상으로는 네이버가 경영권을 내주는 모양새다.

하지만 네이버는 '의결권 위임'이라는 묘수로 이 난제를 풀었다. 송치형 회장과 김형년 부회장이 보유하게 될 합병 법인 지분의 의결권을 전적으로 네이버에 위임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자사 보유 지분 17%에 위임받은 의결권을 더해 총 46.5%의 의결권을 확보, 합병 법인에 대한 확고한 지배력을 유지하게 됐다.

이는 네이버의 강력한 플랫폼 리더십을 유지하면서도 송치형 회장 등 두나무 창업자들을 주요 주주이자 파트너로 예우하며 '웹3.0' 시대를 공동 개척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 2026년 6월 '통합 법인' 출범…글로벌 '웹3' 패권 노린다

이번 합병으로 네이버파이낸셜의 3400만 가입자 기반과 연간 80조원에 달하는 결제 인프라가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력 및 디지털 자산 노하우와 결합하게 됐다. 양사는 이를 바탕으로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지갑 등 차세대 금융 플랫폼을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합병 절차는 내년 상반기 마무리된다. 양사는 2026년 5월 22일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 6월 30일 합병을 최종 완료할 계획이다. 상법상 주주총회 특별결의는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네이버 관계자는 "웹3 환경으로의 변화 속에서 선도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결정"이라며 "AI, 검색, 결제, 블록체인 기술을 융합해 K-핀테크의 저력을 글로벌 무대에서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거대 플랫폼과 가상자산 거래소의 결합인 만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와 금융당국의 규제 검토 과정이 남은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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