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단순한 '환율 상승'을 넘어선다. 주요국 통화 대비 환율 변동성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점이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9월 16일 최저점 대비 11월 11일까지를 보면 달러화인덱스는 3.1% 상승했을 뿐이다. 반면 같은 기간 원·달러는 6.1% 올랐다. 엔·달러 4.6%, 달러·유로 1.7% 하락, 위안·달러 0.1% 상승과 비교하면 원화의 낙폭이 얼마나 가파른지 명확하다. 단순히 달러가 강세인 것이 아니라 원화가 유독 약하다는 의미다.
원화의 구조적 약세 원인은 명확하다. 해외 투자 확대다. 지난 9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은 2조7976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외국인의 국내 투자 규모인 대외금융부채는 1조7414억 달러에 불과했다. 순대외금융자산은 1조562억 달러다.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에 쏟아붓는 자금이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보다 훨씬 크다는 뜻이다. 배우자를 잃은 사람들의 슬픔도 다양하지만, 환율 약세의 구조는 단순하다. 달러 환전 수요가 많으면 원화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앞으로의 전망이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커지는 와중에도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는 식지 않고 있다. AI 거품론이 확산되고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는 4분기 환율 상승 압력이 더 강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겹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무역적자 해소를 명분으로 고강도 관세·환율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한·미 후속 협상이 지연되고 정책 소송까지 이어지면서 외환시장의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7월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기본 협상에 합의해 불확실성이 완화될 듯했으나, 대미 투자 방식 확정이 10월 말까지 미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원화 약세는 지속됐다.
현재 진행 중인 관세 정책에 대한 대법 심리에서 일부 조항이 무효화될 경우 기부과 관세 환급 문제와 함께 시장 변동성이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외환건전성 문제다. 외환보유액이 10월 4288억 달러까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환율과 연 2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계획이 외환 건전성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는 단순한 숫자 문제가 아니다. 금융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과 연결되는 이슈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시장의 구조적 리스크도 적신호를 켜고 있다. 높은 금리의 하방 경직성, 해결이 지연된 부실 부동산 PF, 확산되는 가계부채 불안, 불안정해지는 자영업 상황이 산재해 있다. 환율 급등과 외환 불안정성의 확대는 이 위에 올려놓은 불씨가 될 수 있다.
단기간에 연고점을 반복해 갱신하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변동성이 확대되면 자금 쏠림이 불가피해진다. 개인투자자를 포함한 외환 및 금융시장 전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건전성 확보를 위한 조치 강화가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달러가 1500원대를 위협하는 상황은 더 이상 가정이 아니다. 현실이 되고 있다. 구조적 원화 약세에 정책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가운데, 정책 당국의 선택이 금융 시장의 안정성을 좌우할 분기점이 되고 있다. 환율 안정화를 위한 구체적 대책과 금융권 리스크 관리 강화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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