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대장동 개발 문제는 본래 행정과 제도의 빈틈을 점검하고, 민간 이익 배분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계기가 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 정치권의 대응을 보면, 이 사건은 이미 사실 규명이나 제도 개선의 영역을 넘어선 지 오래다. 진보와 보수 모두가 대장동을 ‘정치적 무기’로 삼으며 끝없는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국가의 중요한 정책이 밀리고, 민생 논의가 옆으로 비켜나는 동안 국민들은 점점 더 지쳐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정치 현실은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정치를 향한 신뢰가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결국 정치인은 공동체의 품격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논어』에는 “군자무본, 본립이도생(君子務本 本立而道生)” 이라는 말이 있다. “군자는 근본에 힘쓰니, 근본이 바로 서면 도리가 저절로 살아난다”는 뜻이다.
정치가의 근본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공동체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감이다. 근본을 잃고 정쟁을 앞세우면 아무리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도 결국 국민의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대장동 문제 역시 본질은 단순하다.개발 구조의 리스크, 민간 이익의 과다, 일부 업자들의 불법 여부는 법과 제도에 따라 차분히 규명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개선책과 제도 정비이지, 상대 진영을 공격하기 위한 정치적 과열전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의 정치권은 의혹보다 의심을 앞세우고, 제도 논의보다 여론전을 택하며, 민생보다 진영의 분노를 부추기는 데 더 집중하는 듯하다.
이러한 갈등과 소모적 대립이 이어진다면 다가오는 정치 일정은 물론, 우리 공동체의 신뢰는 더 깊이 흔들릴 것이다. 국민 누구도 정치에 무관심해서 등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지나친 정쟁과 불안한 언행을 보며 ‘이대로 괜찮을까’ 하고 걱정해서 멀어지는 것이다.
정치는 결국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일이다.정치인이 품위를 지키고, 말의 무게를 알고,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면 국민은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고 신뢰를 보낸다. 그러나 지금처럼 끝없는 진영 싸움이 계속된다면 어떤 정치 세력도 국민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
이제 정치가 국민에게 믿음을 되돌려줄 때다.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제도의 허점을 바로잡고, 공동체의 갈등을 줄이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정치인의 근본은 국민을 돌보고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이다.
그 근본이 바로 설 때 비로소 정치는 제 길을 찾고, 국가는 다시 안정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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