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분기까지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 증권사는 키움증권을 비롯해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으로 집계됐다. 키움증권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1426억원으로, 개인투자자 거래 증가세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키움증권은 2021년 처음 1조 클럽에 진입한 데 이어 지난해에 다시 1조 클럽의 명예를 되찾았다.
다만 실적 호조와 달리 전산장애 문제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6일 밤 키움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영웅문S#'에서 약 30분간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오후 10시 20분부터 50분까지 'Script error reported(스크립트 오류 보고)'라는 메시지가 뜨며 접속이 차단됐는데, 미국 증시가 급락하던 시점과 겹치며 실시간 대응이 막힌 투자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해당 사고에 대해 "구체적인 피해 규모나 피해자 수까지는 아직 알 수 없는 단계"라며 "규정대로 보상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앞서 지난 4월에도 이틀 연속 MTS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주문 체결 지연이 발생해 투자자 피해 민원이 잇따랐다.
다만 이번 MTS 중단 사고는 올해 4월 발생한 거래 지연 사태와 성격이 다르다. 4월에는 주문 체결 지연이 이틀 연속 이어지며 매매 자체가 지연돼 투자자 자산 손실이 문제로 떠올랐다면 이번 11월 사고는 접속 자체가 불가능해 시스템 안정성 미흡이 주목받았다.
지난 4월 사고를 계기로 연내 300억원을 추가 투입해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전면 점검하겠다고 밝혔지만 불과 7개월 만에 비슷한 사고가 반복됐다.
반복되는 장애에 키움증권은 매년 전산운용비를 늘려왔다. 키움증권의 전산운용비는 2022년 상반기 451억원에서 △2024년 상반기 605억원 △올해 상반기 653억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업계 상위권 수준의 지출임에도 장애 발생 빈도는 줄지 않아 모회사 다우기술에 대한 전산 의존 구조와 품질관리 부실이 근본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낮은 서비스 만족도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8월 발표한 증권사 모바일애플리케이션(앱) 만족도 조사에서 키움증권은 5점 만점에 3.43점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앱 디자인(3.49) △정보보안(3.58) △신뢰성(3.76) △고객대응성(3.39) 등 전 항목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으며 특히 정보보안 항목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경쟁사와 압도적으로 차이 나는 민원 건수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키움증권의 전산장애 관련 민원은 1만2013건으로 △미래에셋증권(21건) △한국투자증권(2건) △삼성증권(0건) △신한투자증권(8건) 등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3분기에도 23건의 장애가 추가로 보고됐다.
전문가들은 증권사 전산사고를 단순한 기술 문제를 넘어 조직 관리와 통제 체계 부재 등 고객 신뢰와 보호의 문제로 보고 있다.
강아름 배재대 정보보안학과 교수는 최근 증권사 전산 사고에 대해 "잦은 사고는 단순한 시스템 문제가 아니라 조직 내 관리와 통제 체계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아무리 전산 비용을 늘려도 리스크 관리와 품질 검증이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금융 시스템은 복잡도가 높아서 작은 오류 하나가 전체 장애로 번질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변경 과정의 관리와 데이터 품질 점검이 정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키움증권 모회사인 다우기술이 IT체계를 담당하는 구조에 대해서는 "효율성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품질 관리와 독립성에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그것을 얼마나 투명하게 관리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느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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