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DL건설이 최근 대표이사를 전격 교체했다. 지난 9월 5일 이사회는 풍부한 현장 경험을 지닌 여성찬 전 DL이앤씨 임원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인사는 불과 한 달 전 의정부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6층 높이에서 추락한 노동자가 숨진 사고가 발생한 뒤에 이뤄졌다. 당시 강윤호 대표를 포함한 임원 전원이 사표를 제출했고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압수수색까지 진행되면서 DL건설은 안전 경영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여성찬 대표는 1972년생으로 홍익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1996년 대림산업(현 DL이앤씨)에 입사했다. 이후 30년 가까운 기간을 현장에서 보낸 ‘현장통’이다.
여 대표는 아크로서울포레스트, e편한세상 서창, 평창 올림픽 빌리지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직접 지휘했다. 주택·오피스·호텔·연구소 등 7곳의 주요 현장을 총괄하며 안전과 품질 관리 능력을 인정받았다.
2021년에는 DL이앤씨 주택사업본부 임원으로 선임돼 조직을 이끌며 성과를 냈다. 회사 안팎에서는 현장 경험을 기반으로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DL건설 관계자는 “탁상행정식 점검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체득한 관리 노하우로 안전 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단순한 인적 쇄신이 아니라 “회사 DNA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라고 해석한다.
DL건설은 이번 인사를 통해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겸비한 리더십으로 안전과 품질 중심의 경영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여 대표의 선임은 흔들린 신뢰를 회복하고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대외적 선언으로 읽힌다.
하지만 DL건설의 사례는 업계 전체가 직면한 위기의 축소판에 불과하다. 불과 한 달 뒤인 9월 6일, 경남 김해시 불암동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50대 노동자가 굴착기에 치여 숨졌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박현철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 위로를 전했다. 회사는 즉시 현장 작업을 전면 중단하고 전국 현장을 대상으로 특별안전점검에 착수했으며, 외부 전문기관과의 합동 점검도 예고했다. 다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왔다”는 기존 입장이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건설업 산재 사망자는 138명으로 하루 한 명꼴로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셈이다.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의 실효성이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7월과 8월 잇따른 사고 이후 대표가 교체됐고, DL건설도 임원진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변화를 모색한 바 있다. 이는 단순한 사과문 발표만으로는 신뢰 회복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협력업체에 안전 책임을 전가하는 관행을 줄이고, 경영진이 현장 안전 관리에 보다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징벌적 처벌이나 제도적 장치뿐 아니라 기업 차원의 자율적 개선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산재 단속이 건설경기를 저해한다는 항의가 있다는데 그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언급하며 건설업계에 철저한 안전 관리를 주문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산재 감축에 강력한 의지를 밝힌 상태다.
롯데건설 역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 관리 강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특별점검을 통한 위험 요소 차단, 장기적으로는 안전 관리 체계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