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HMM이 해운 시황의 주요 악재를 정면으로 맞닥뜨리고 있다. 관세 충격에 이어 톤마일 축소(항로 단축으로 선박 회전율이 높아지며 공급이 늘어 운임이 떨어지는 현상)·운임 급락·노사 갈등까지 겹치며 사면초가에 놓인 모양새다.
관세·운임 충격에 시황 하락세 본격화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고율 관세로 사라진 '조기 선적 특수' 효과는 HMM 3분기 실적에 직격탄을 남겼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2986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4614억원) 대비 79.7% 급감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화주들이 관세 리스크에 대비해 물량을 앞당겨 선적하며 실적이 비정상적으로 부풀려졌던 반면 올해부터는 관세가 실제 적용되면서 유럽·미주 물동량이 크게 줄었다.관세 충격이 진정되기도 전에 글로벌 운임 하락이 다시 실적을 압박하고 있다. 가자지구 휴전 합의와 수에즈 운하 정상화 기대가 커지면서 국제 운임지수는 빠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해운 시황 대표 지표인 영국 드루리의 세계컨테이너운임지수(WCI)는 지난주 40피트(약 12m) 컨테이너당 1651달러(약 220만원)로 한 달 전보다 31.8% 떨어졌다. 아시아-유럽 노선의 변동성을 가늠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7월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지며 구조적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
유럽 노선 비중이 큰 HMM은 운임 변동이 실적에 즉각 반영되는 구조여서 하락 국면 충격이 크다.
수에즈 정상화에 톤마일 축소…공급 확대 리스크 현실화
국제 해상물류를 뒤흔든 후티 반군 공격으로 수에즈 항로가 막히면서 글로벌 선사들은 아프리카 최남단을 돌아가는 '희망봉 우회(정상 항로 대신 장거리 우회하는 임시 운항)'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운항 거리가 늘며 선박이 장기간 묶이는 '톤마일 증가' 효과가 발생했지만 수에즈 운하 정상화가 가시화되면서 이러한 일시적 수혜는 빠르게 사라질 전망이다.정상 항로 복귀 시 이동 거리가 단축돼 선박 회전율이 높아지고 가용 물량이 증가한다. 공급 확대는 선사 간 운임 경쟁을 불가피하게 만들기 때문에 해운 업황은 자연스럽게 하락 사이클에 진입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해운업계는 정상 항로 복귀 시 톤마일이 약 11%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며, 여기에 향후 2~3년간 연평균 6% 수준의 신규 선박 공급 증가까지 더해지면 시황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4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연말 수요가 반영된 '선행 성수기'인 3분기와 달리 4분기는 비수기로 업황이 자연스럽게 꺾이는 시기다. 관세·운임·톤마일 충격이 한꺼번에 나타난 3분기보다 개선 여지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HMM 본사 이전 정책 충돌…노사 갈등 장기화 우려
이런 가운데 HMM 본사 부산 이전을 둘러싼 노사 갈등도 변수로 부상했다. 최근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실무진 없이 HMM 노동조합과 단독 면담을 진행해 본사 부산 이전 당위성을 설명하자 HMM 노조는 "강행 시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 장관이 이전을 '국정과제'로 못 박으면서 갈등은 쉽게 접점을 찾기 어려운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한편 HMM 내부에서도 이전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HMM 관계자는 "본사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옮기면 직원들 삶의 기반이 통째로 바뀌는 문제라 선뜻 환영하기 어렵다"며 "주거·교육·출퇴근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HMM은 기항지 조정과 고수익 특수화물 확대 등을 통해 수익성 방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HMM 관계자는 "노선 재배치와 선박 투입 최적화를 통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운항 효율을 높이고 있다"며 "냉동·대형 화물 등 상대적으로 운임 변동에 덜 민감한 고부가 화물 비중을 늘려 수익 기반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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