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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쩐의 전쟁' 넘어 '격의 전쟁'으로…패권 도전 출사표의 진짜 의미

선재관 기자 2025-07-23 16:38:09

'765억 마케팅'과 '제도권 명분'으로 업비트 추격

'대기업' 되더니…'만년 2위' 꼬리표 떼나

빗썸라운지 강남점 [사진=빗썸]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패권을 둘러싼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2위’ 빗썸이 업계 1위 업비트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전례 없는 총공세에 나섰다.

1분기에만 765억원이 넘는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는 ‘쩐의 전쟁’을 선포하는 동시에 업계 최초로 ‘대기업’ 지정을 받으며 제도권의 ‘명분’까지 확보하는 양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점유율 경쟁을 넘어 산업의 주도권과 미래 시장의 판도를 바꾸려는 빗썸의 대담한 승부수로 해석된다.

빗썸의 공세는 무엇보다 압도적인 자금 투입에서 드러난다. 올해 1분기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에 쓴 돈만 총 765억원. 전년 동기 대비 2배가 넘는 금액이다. 1억원 상당의 비트코인, 포르쉐 전기차 등 파격적인 경품을 내건 이벤트는 빗썸의 절박함과 자신감을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 ‘격의 전쟁’ ‘대기업’ 타이틀로 쏘아 올린 신뢰와 책임

결과는 숫자로 증명됐다. 지난해 20% 수준에 머물던 빗썸의 시장 점유율은 올해 6월 30%를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같은 기간 업비트의 점유율은 70%대 중반에서 70%대 초반으로 하락하며 양사 간 격차는 눈에 띄게 좁혀졌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들의 인식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브랜드 평판 조사에서 빗썸은 수개월 연속 업비트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며 마케팅 공세가 단순한 ‘물량 투입’을 넘어 실질적인 ‘브랜드 선호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입증했다.
 
빗썸이 대한민국 대기업으로 지정되었다.[사진=빗썸 홈페이지]

빗썸의 전략이 무서운 점은 단순히 돈만 쓰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기업 집단(90위)으로 공식 지정된 것은 가상자산 업계를 뒤흔든 상징적 사건이다. 이는 빗썸이 더 이상 규제 회색지대의 ‘코인 거래소’가 아닌 대한민국 경제의 주요 구성원이자 제도권 금융사에 버금가는 주체로 공인받았음을 의미한다.

이 ‘대기업’이라는 타이틀은 투자자들에게 강력한 신뢰의 시그널을 보낸다. 빗썸은 이 명분을 즉각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본사를 '빗썸금융타워'로 이전하며 위상을 과시하는 한편 벤처기업 임대료를 지원하는 상생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신뢰할 수 있고 책임감 있는 대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변동성과 해킹 등 위험 요소에 민감한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고도의 브랜딩 전략이다.
 
◆ ‘법인 투자 시대’ 앞두고 벌이는 총력전, 승자는
23일자 비트코인의 가격이 1억6147만원 [사진=빗썸 차트]

빗썸이 이처럼 전례 없는 총력전에 나선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가상자산 시장의 ‘2라운드’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과 더불어 법인 투자 허용, 현물 ETF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가상자산기본법 논의가 시작되면 시장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개인 투자자 위주의 시장에 기관이라는 ‘고래’들이 대거 유입될 것이기 때문이다.

빗썸은 이 거대한 변곡점에서 업비트에 쏠린 시장 구도를 재편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 새로운 투자자들이 진입하기 전에 시장 점유율과 브랜드 신뢰도를 최대한 끌어올려 놓겠다는 전략이다. 업비트 역시 마케팅 비용을 늘리며 수성에 나서고 있어 하반기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패권을 둘러싼 두 공룡의 경쟁은 극한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한편 쩐의 전쟁을 넘어 ‘격의 전쟁’까지 시작한 빗썸의 대담한 베팅이 업비트의 철옹성을 무너뜨리고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업계의 모든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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