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인가 영풍의 '회수'인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 발행 무효의 소'에서 지난달 27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시행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회사의 정관을 위반했다는 판단이다. 고려아연은 정관과 관련된 기술적인 이유로 무효 판결이 났다는 입장이지만 영풍은 재판부가 회사의 정관을 위반하면서까지 신주를 발행한 행위가 무효임을 명확히 했다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해 고려아연은 재판부가 "친환경 신사업을 위한 중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신주를 발행했으며 오직 경영권 강화만를 위한 수단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시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항소에 나설 계획으로 명확한 판단을 위해선 상급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판결의 무효 여부와 관계없이 고려아연의 HMG글로벌 제3자 배정 방식 신주 발행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분석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친환경 신사업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대한 이견이 발생하자 최윤범 회장이 본인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신주 발행을 감행했다는 해석이다. 실제 한화 주식 자사주 교환과 신주 발행을 통해 최윤범 회장은 당시 영풍보다 1% 웃도는 우호지분을 확보했다.
때문에 양사는 하나의 회사로 운영될 때 그 시너지가 극대화된다. 고려아연의 원료 공동구매 영업 종료 선언, 비철금속 해외 유통과 판매를 맡는 서린상사(현 KZ트레이딩)의 경영권 확보 및 양사의 제련 부산물 혹은 폐기물 논쟁을 두고 업계에서 우려를 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기업 의결권 관련 전문가는 "당시 한 의결권 자문사는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해 반대했으며 찬성했던 다른 한 자문사도 집중투표제라는 제도 도입 자체가 긍정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간은 영풍의 편인가... 고려아연 이사 만료 시점은
최윤범 회장 측이 한화 주식 저가처분 주주대표소송, 공정위와 검찰의 수사 등 더 많은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가운데 향후 고려아연 이사들의 임기가 만료되면 이사회 구성은 지분율이 높은 영풍 주도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풍이 고려아연 지분을 신규 유한회사 YPC에 배당해둔 상태라 추후 의결권 제한은 불가능하며 우호지분을 더 많이 확보하고 있는 만큼 시간은 영풍의 편이라는 뜻이다. 고려아연 최신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31일 기준 등록된 이사 19명 중 오는 2026년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 수는 6명, 2027년 1월 4명, 같은 해 3월 9명이다.
고려아연 측이 주총 결과를 통해 시간은 확보했으나 향후 2년 내에 이사회는 영풍 우호 인사로 채워질 전망이다. 양측이 소모적인 논쟁을 종결하고 본원 사업에 집중하기까지 어떤 수순을 밟을지 주목된다.
한 재계 전문가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이제 승패보다 위법성과 지배구조의 정당성에 대한 평가로 초점이 옮겨지고 있다"며 "새정부의 기조에 맞춰 지배구조 건전화를 위한 노력과 본원 경쟁력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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