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가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를 준수하면서 현지 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 새로운 AI 칩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3일(현지시간) 엔비디아가 일부 중국 주요 고객사들에게 미국의 수출 통제 기준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칩 설계를 조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이는 기존에 중국 시장용으로 성능을 낮춰 판매해 오던 H20 AI 칩마저 최근 강화된 미국 정부의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수출이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H20 칩은 그동안 엔비디아가 미국의 규제를 받지 않고 중국에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성능이 좋은 칩으로 여겨져 왔다. 엔비디아는 본래 주력 제품인 H100 칩의 성능을 낮춰 H20 칩을 제작, 중국 시장에 대응해왔다.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알리바바,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 텐센트 홀딩스 등 중국의 주요 기술 기업들과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중순 직접 베이징을 방문해 이러한 새로운 칩 개발 계획을 고객사들에게 설명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황 CEO의 방중은 미국 정부가 H20 칩에 대한 중국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루어졌다. 당시 엔비디아는 H20 칩 수출 제한으로 인해 약 55억 달러(약 7조5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엔비디아는 중국 고객사들에게 새로 개발 중인 칩의 샘플을 이르면 오는 6월에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아키텍처인 '블랙웰' 기반의 칩에 대해서도 중국 시장 전용 버전을 개발 중이라고 디인포메이션은 덧붙였다.
현재 엔비디아는 전 세계 첨단 AI 칩 시장에서 90%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자국의 국가 안보를 보호하고 AI 기술 경쟁에서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가장 강력한 성능을 지닌 칩들의 중국 수출을 제한해 왔다. 엔비디아의 이번 맞춤형 칩 개발은 이러한 규제 환경 속에서도 거대한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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