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따르면 삼성SDI와 SK온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4341억원, 29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5%, 4.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3조1768억원, 1조60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 9.7%줄었다. 반면 LG엔솔의 매출은 6조25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상승했으며 영업이익은 138.2% 상승한 3747억원을 기록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같은 분기 영업이익 2145억원에서 6486억원 감소하며 가장 큰 손실을 기록했다. 전기차 및 전동공구용 배터리 분야에서 주요 고객의 재고 조정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의 계절적 비수기 진입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했으며 가동률 하락과 고정비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SK온은 주요 고객사들의 신규 차량 출시와 공장 가동률 개선 등의 영향으로 북미 지역 판매량이 확대되며 적자 폭이 직전 분기보다 601억원 줄었으나 적자를 벗어나진 못했다. 이로 인해 SK온이 지난해 7월 비상경영을 선언한 데 이어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도 오는 5월 초 비상경영을 선포할 예정이다.
LG엔솔은 46시리즈 배터리의 신규 공급 계약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대규모 공급 계약으로 인해 3사 중 가장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으나 근원 경쟁력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실적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제도에 따른 지원금 4577억원이 반영된 수치로 이를 제외한 영업이익은 83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내 배터리 3사가 이번 분기 유의미한 실적 전환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컨퍼런스콜를 통해 공개된 미래 전략을 통해 실적 반등이 가능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들은 현지 생산 능력 확충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을 꾀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성장 모멘텀을 지속하기 위해 △수요 하방 위험에 대비한 운영 효율화 △46시리즈 등 전략적 사업 기회 발굴 △관세 부담 최소화 및 비용 절감 등의 실행 과제를 발표했다. 특히 앞으로도 현지 생산 역량이 절대적인 경쟁 우위로 부각될 것으로 보고 배터리 공급망의 현지 생산 대응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SDI는 오는 2027년 예상되는 전기차 수요 회복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46파이 배터리 등 신규 제품 확장을 목적으로 투자를 이어간다. 헝가리 공장 가동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증설을 추진하는 리스크에 대해서도 이차전지 투자는 최소 2~3년의 긴 호흡에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하는 자금 중 6413억원을 헝가리 괴드공장에 투자해 각형배터리와 리튬인산철(LFP) 생산설비 등을 확충할 계획이다.
SK온은 고성능 하이니켈 제품을 중심으로 현지 고객사에 어필할 예정이다. 아직 실적에 반영되지는 않았으나 최근 일본 완성차 기업 닛산과의 15조원 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 수주에 이어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슬레이트와의 4조원 규모 공급 계약 소식이 이어지면서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내외 시장 환경도 일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차 부품 관세를 유예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들의 부품 관세 부담은 2년간 한시적으로 줄어든다. 이는 실질적으로 자동차 업체들이 전체 부품의 15%를 관세 없이 수입해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더해 업계에서는 BMW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재고 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고 있어 조만간 배터리 업계의 생산 증가로 이어질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맞다"면서도 "대내외 환경 개선 및 투자 전략에 대한 성과 가시화 등으로 인해 오는 하반기부터는 점진적인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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