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으로는 사업 전문성 강화와 경영 효율화, 투자자 보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2025년 하반기를 목표로 하는 기업공개(IPO)를 위한 포석인지 아니면 아직 성과가 미미한 신사업 부문의 불확실성을 분리하려는 전략인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 분할 계획 재개의 배경과 공식적 목표
빗썸은 지난 22일 인적분할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하고 오는 7월 31일을 분할기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초 동일한 내용의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했다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등 급변하는 규제 환경과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잠정 중단했던 계획을 재개하는 것이다.
빗썸 측은 이번 분할을 통해 "거래소와 신사업이 각각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춰 기업의 양적·질적 성장을 견인하게 될 것"이라며 "보다 신뢰받는 가상자산 거래소로 도약하기 위해 이번 인적분할을 보다 안정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회복세와 맞물려 빗썸의 실적이 대폭 개선된 점도 분할 재추진의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빗썸은 2024년 회계연도 기준 매출액 4963억원(전년 대비 265.4% 증가), 영업이익 1307억원(흑자전환), 당기순이익 1618억원(전년 대비 565.8% 증가)을 기록하며 재무적 기반을 다졌다. 이러한 실적 개선은 분할 추진의 자신감을 높이는 동시에 향후 IPO 과정에서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인적분할은 기존 법인(존속법인) 빗썸과 신설법인 '빗썸BIZ(가칭)'를 56대 44의 비율로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존속법인은 핵심 사업인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에 집중하고 신설법인 빗썸BIZ는 현재 빗썸이 보유 중인 투자사업 관련 회사 지분과 신규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사업 목적에는 지주사업, 투자사업 외에도 전자상거래 금융업, 부동산 개발·임대업, 종합관광 휴양지 개발 및 시설 운영업 등이 포함되어 사업 다각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분할의 핵심 목표 중 하나로 2025년 하반기 코스닥 상장을 꼽는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크고 규제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는 신사업 부문을 분리함으로써 안정적인 거래소 사업만으로 기업가치를 평가받아 IPO 과정의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즉 거래소 본업의 재무 안정성과 성장성을 부각시켜 투자 매력도를 높이고 잠재적 위험 요소를 사전에 분리하여 상장 심사 문턱을 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 신설법인의 현주소와 미래 전망..시장의 시선과 남겨진 과제
분할 후 신설되는 빗썸BIZ는 자본금 약 94억원, 자본총계 6204억원에 달하는 등 재무적으로는 탄탄한 기반을 갖추게 된다. 부채가 거의 없어 단기적인 재무 위험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문제는 수익성이다. 빗썸BIZ가 승계하게 될 자회사들의 실적이 현재로서는 매우 부진하다. 베트남 부동산 사업을 영위하는 아시아에스테이트는 지난해 4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아이씨비앤코의 순이익은 1억원 미만에 그쳤다.
빗썸파트너스, 반장프렌즈 등 다른 자회사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를 반영하듯 분할 후 빗썸BIZ의 지난해 기준 추정 매출액은 152억원으로 존속법인 빗썸 매출액(4963억원)의 3%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신설법인이 빗썸 그룹의 한 축으로 자리 잡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어떤 신사업을 발굴하고 성장시킬 수 있을지가 향후 빗썸BIZ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적분할의 실효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신설 법인이 상당한 규모의 자본을 보유하게 되지만 현재로서는 빗썸의 수익 구조가 거래소에 크게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 약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불균형 속에서 신설 법인이 독자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또 이번 분할이 IPO를 위한 전략적 포석인지 아니면 단순히 유휴 자금을 활용한 신사업 투자 실험인지 그 본질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빗썸의 이번 인적분할은 IPO를 향한 중요한 발걸음임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 존속법인인 거래소는 규제 환경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대응과 투자자 신뢰 유지가 필수적이며 신설법인 빗썸BIZ는 구체적인 사업 모델 구축과 실질적인 수익 창출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두 법인이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강화하고 시너지를 창출하며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단순히 위험 요소를 분리하는 데 그칠지 주목된다. 2025년 IPO 목표 달성 여부 역시 신설법인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평가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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