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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한미, 워싱턴서 '2+2' 통상협의…미국 '원스톱 쇼핑' 압박 속 한국 '신중론'

박명섭 기자 2025-04-20 15:57:31

이르면 24일 개최…최상목·안덕근 장관 참석, 美 재무·USTR 대표와 회동

美, 방위비 연계 압박 가능성…정부 "협의일 뿐, 서두르지 않겠다"

(왼족부터) 최상목 부총리, 안덕근 산자부 장관, 미국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한국과 미국이 이번 주 미국 워싱턴 D.C.에서 재무·통상 장관이 함께 참여하는 '2+2' 고위급 통상협의를 개최한다. 미국 측의 제안으로 성사된 이번 회의는 통상 현안 전반을 폭넓게 다룰 예정이지만,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문제까지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우리 정부는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20일 공동 언론 공지를 통해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과 2+2 '통상협의'(Trade Consultation)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의 일정은 미국 현지 시간으로 오는 24일에서 25일이 유력하며, 현재 양국 간 최종 조율 중이다.

이번 협의에는 우리 측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한다.

통상적으로 한미 재무장관은 G20 재무장관 회의 등에서 만나 외환·금융 현안을 논의해왔지만, 이번에는 통상 주무 장관까지 함께 참여하면서 논의 범위가 '무역 이슈' 전반으로 확대됐다. 이는 최대한 협상 의제를 넓히려는 미국 측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통화에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거론하며 통상 문제와 연계하는 '원스톱 쇼핑' 식 협상을 요구한 바 있어, 이번 협의에서도 관련 압박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일본 경제재생상과의 만남에서도 주일미군 경비 분담 문제를 제기하는 등 동맹국들을 상대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는 중국과의 갈등, 미국 내 경기 침체 우려 등 대내외 악재 속에서 동맹국과의 협상을 통해 빠르게 성과를 내려는 조급함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이번 만남을 공식적인 '협상(negotiation)'이 아닌 '협의(consultation)'로 규정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통상과 안보(방위비) 이슈를 분리해 대응하는 '투트랙' 전략을 유지하면서, 미국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최상목 부총리는 지난주 국회에 출석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절대로 서두르지 않겠다"고 강조하며 방위비 협상에 대해서도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안덕근 장관 역시 "섣불리 협상을 타결하기보다는 짚고 넘어갈 사항이 있어 양국이 상호 호의적으로 풀도록 협의를 이어 나갈 것"이라며 신중론에 힘을 실었다.

정부 안팎에서는 6월 3일까지 이어지는 한시적인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하에서는 협상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장기적인 국익과 직결되는 중요한 최종 결정은 차기 정부에서 내릴 수 있도록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조급함을 보이는 상황에서 섣부른 결정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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