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의 2대 주주(KT스튜디오지니, 지분 13.5%)인 KT는 합병 논의가 자사 의사와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합병 시너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16일 서울 강남구 안다즈 호텔에서 열린 'KT그룹 미디어토크'에서 김채희 KT 미디어부문장(전무)은 관련 질의에 "티빙과 웨이브는 KT 의사와는 무관하게 합병을 전제로 한 길을 걷고 있다"며 "어떤 특정 측면에서는 합병 효과에 준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양사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임원 겸임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하고 경영진 교체 등을 진행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KT가 실질적인 합병 협의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 부문장은 합병의 실익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의문을 표했다. 그는 "웨이브의 지상파 콘텐츠 독점력이 상당히 많이 떨어져가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합병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성장 방향, 가능성이 티빙 주주가치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웨이브는 지난해 지상파 3사와의 콘텐츠 독점 계약 종료 이후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감소하는 등 경쟁력 약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어 김 부문장은 KT가 2022년 자사 OTT 시즌을 티빙과 통합하며 2대 주주로 참여한 것은 단순 투자가 아닌 사업적 시너지를 염두에 둔 전략적 결정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상당히 타이트한 사업적 시너지를 고려한 전략적 투자자로서 제휴를 맺었다"면서도 "그때의 사업적 협력에 대한 의지와 가치가 지금은 많이 훼손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KT는 티빙-웨이브 합병 논의와는 별개로 자체적인 미디어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날 발표한 'KT 미디어 뉴웨이' 전략은 AI를 미디어 사업 전반에 접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니 TV에 AI 에이전트를 탑재하고 콘텐츠 기획·제작·유통 전 과정에 AI를 활용하는 'AI 스튜디오 랩'을 신설하며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FAST)·숏폼 등 신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 부문장은 "티빙-웨이브 합병과 무관하게 우리 스스로 가야 할 길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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