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내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이 최근 10년 평균의 30~40%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 감소는 전세시장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전셋값 상승과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14일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가 공동 조사한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에 따르면 2026년 서울의 아파트 입주예정 가구 수는 2만4462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10년 평균 입주물량인 3만5797가구의 31.7% 수준이다. 같은 기간 경기 입주예정 물량은 6만1712가구로 10년 평균인 11만2481가구 대비 45.1%로 감소했다. 인천은 1만4909가구로 평균치인 2만2191가구의 32.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입주물량 감소는 2022년부터 이어져 온 건설경기 침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주택공급 선행지표인 인허가와 착공 물량이 줄면서 2~3년 후 공급 감소로 이어지는 구조다. 통상적으로 주택은 인허가부터 착공까지 1~2년, 착공에서 준공까지 2~3년이 소요된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전국 주택 착공물량은 58만4000가구였지만 2022년에는 전년 대비 34.4% 줄어든 38만3404가구에 그쳤다. 2023년에는 다시 24만2188가구로 감소했으며, 지난해에도 30만5331가구에 머물렀다. 이는 2021년 호황기 대비 절반 수준이다.
입주물량이 감소하면서 수도권 전세가격은 매매가격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들어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0.87% 오르는 데 그쳤으나 전셋값은 4.83% 상승했다. 집값 고점 인식과 고금리 기조, 대출 규제 등이 맞물리며 전세 수요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수도권 전세가격은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1월과 2월 각각 –0.08%, –0.07%로 하락세를 보이다가 3월 들어 0.14% 상승 전환됐다. 반면 전셋값은 1월 0.09%, 2월 0.07%, 3월 0.10%로 3개월 연속 오름세를 유지했다.
전세 수요의 강세는 시장 전망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KB부동산 전세가격 전망지수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상승 흐름을 나타내고 있으며 올해 들어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상승세가 뚜렷하다. 3월 서울의 전세가격 전망지수는 113.0으로, 지난해 9월(114.9)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셋값 상승을 전망한 비율은 31.3%에 달했으며 하락을 전망한 응답은 5.6%에 그쳤다.
경기와 인천도 마찬가지다. 인천의 전망지수는 올해 1월 100.4에서 2월 101.6, 3월 106.5로 상승했고 경기도 3월 전망지수는 107.3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입주물량 감소세가 본격화되는 내년부터 전세시장 수급 불균형이 가시화될 경우, 전셋값 불안과 함께 월세 비중 확대 흐름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입주물량이 과거 평균 대비 크게 줄어들고 있어 전세가격 상승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며 “정부의 공급 계획과 사업자 유인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병행돼야 시장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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