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익명을 요청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배터리 업계가 현지화 전략을 펼쳐 밸류체인을 형성하는 건 유의미한 전략"이라며 "증설은 보류하더라도 기존에 계획했던 현지 투자 계획을 앞당기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7일 시장 기대치보다 높은 매출 6조2650억원, 영업이익 3747억원의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8.2% 증가한 수치이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수혜로 인한 영향이 크다. 실제 지원금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830억원, 영업이익률은 1.3%이기 때문이다.
LG엔솔은 배터리 3사 중에서도 발빠르게 대미 투자를 확대해왔으며 이를 통해 어려운 업황에도 대규모의 지원금을 지원받아 이번 분기 유의미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현지에서 공장을 가동하면 앞으로 부과될 관세 영향에서도 벗어날 수 있어 앞으로도 상대적인 관세 충격 완화가 기대된다.
LG엔솔은 현재 미국 현지에 7개의 거점 공장을 확보하고 있으며 오는 2026년 이 공장들이 전부 가동되면 현지에서의 연간 생산능력(CAPA)이 352GWh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난 1일에는 GM과의 현지 합작공장인 얼티엄셀즈 3공장을 인수한다고 공시했으며 이를 단독 공장으로 전환해 현지 수요에 맞게 유동적으로 생산을 이어갈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이처럼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부품 관세 부과가 구체화되면서 삼성SDI와 SK온도 서둘러 미국 현지 공장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SK온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준공식을 열었던 현대차그룹의 메타플렌트 아메리카(HMGMA) 가동에 발맞춰 현지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조지아주 커머스시에 있는 자체 공장 생산라인 일부를 전용 라인으로 전환했으며 지난해 4분기부터 양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삼성SDI도 지난해 12월 미국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 1공장을 조기 가동했으며 오는 2027년을 목표로 SPE2 및 GM합작공장 건설을 지속 추진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관세 정책의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으며 현지화 정책에 대한 부작용도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박선식 자동차부품사업협의회 의장은 "미국에 공장을 증설하면 당장은 관세 정책을 피해갈 수 있지만 국내 인프라나 고용시장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중심으로 국제사회 협력과 정부 협상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환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에 나서서 의도를 파악하고 대처해야 하는데 현재로써는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며 "관세 정책 지속성이 가장 큰 변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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