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 연구팀이 mRNA 백신의 세포 내 전달 과정과 이를 제어하는 단백질들을 발견하고 그 작동 방식을 규명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4일 발표했다고 밝혔다.
mRNA 기술은 특정 단백질 설계도를 담은 RNA를 세포에 주입해 원하는 단백질을 만들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감염병 백신 외에도 암 치료, 유전자 교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은 차세대 플랫폼으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mRNA 백신이 체내에서 정확히 어떤 경로를 거쳐 단백질을 생성하는지 특히 백신 효능을 높인 것으로 알려진 'N1-메틸수도유리딘' 변형 염기의 구체적인 역할은 그간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그 결과 세포 표면의 '황산 헤파란'이라는 당단백질이 mRNA를 감싼 지질나노입자와 결합하여 세포 안으로 끌어들이는 첫 관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세포 안으로 들어온 입자는 '엔도솜'이라는 작은 주머니에 갇히게 된다.
다음 단계로 세포 내 소기관인 엔도솜 내부를 산성화시키는 'V-ATPase'라는 양성자 펌프 단백질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V-ATPase가 엔도솜 안으로 양성자 이온을 집어넣어 내부가 산성화되면 지질나노입자의 전하가 바뀌면서 엔도솜 막을 순간적으로 파열시킨다.
이 틈을 통해 mRNA가 세포질로 빠져나와 비로소 단백질 생산 공정을 시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엔도솜 파열 시 방출되는 양성자 이온이 외부 RNA 침입을 알리는 경보 신호로 작용한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발견했다.
하지만 세포는 외부에서 들어온 mRNA를 무조건 환영하지 않는다. 연구팀은 'TRIM25'라는 단백질이 세포질에서 외부 mRNA를 침입자로 인식하고 분해하는 방어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흥미롭게도 이 TRIM25 단백질은 엔도솜 파열 시 함께 방출되는 양성자 이온에 의해 활성화되어 외부 RNA를 공격했다. 그렇다면 mRNA 백신은 어떻게 이 방어 시스템을 피할 수 있었을까 연구팀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핵심 요소였던 'N1-메틸수도유리딘' 변형 염기가 그 해답임을 증명했다.
TRIM25 단백질은 이 변형 염기를 가진 mRNA에는 잘 결합하지 못해 분해 공격을 피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백신의 효능과 안정성을 높이는 결정적인 이유가 된 것이다.
김빛내리 단장은 "mRNA 백신을 맞으면 세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실제로 제대로 연구한 적은 없고 일반적인 mRNA와 같은 방식으로 작용할 것이란 가정만 있었다"며 기초과학적 호기심에서 연구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mRNA 전달을 돕는 물질(황산 헤파란)과 파괴하는 물질(TRIM25)을 찾아냄으로써 향후 전달 효율을 높이고 파괴를 회피하는 기술 개발의 이론적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이를 통해 더 적은 양으로도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줄인 안전한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기대할 수 있다"고 연구의 의의를 강조했다.
또한 "양성자 이온이 세포 방어 기전에 관여한다는 새로운 발견은 RNA 연구뿐 아니라 면역학, 세포 신호 전달 분야에도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mRNA 기술의 기초적인 이해를 심화시킴으로써, 향후 신종 감염병 대응은 물론 개인 맞춤형 암 백신 등 다양한 질병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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