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구 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1일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수입차에 25%가 영원히 부과된다면 한국GM은 아예 공장을 돌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밀어낸 물량으로 1~2달은 견딜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국GM은 부평과 창원에 생산 기지를 마련하고 각각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두 공장서 49만7000대를 생산하고 그중 84%인 41만9000대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높은 미국 의존도를 기록하고 있어 더욱 치명적이다.
다만, 한국GM이 영향을 받을 관세 방식에는 아직 변동사항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명확한 규정을 공개하지 않아서다.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정한 바에 따르면 자동차 관세는 4월3일 0시1분부터 25% 부과된다. 또 2일(현지시간)에는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를 상대로 각국의 대미 관세율과 비관세장벽 등을 두루 감안해서 결정한 상호관세가 발표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자동차 관세에 상호관세가 더해지는 것인지, 자동차 관세만 부여되는 것인지 등 아직 변화할 요인이 많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상호관세를 제외하고 자동차에만 부과될 품목별 관세로도 크게 두 가지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 그간 미국이 자동차에 부과하던 관세 방식을 통해서다. 미국은 자동차를 단일한 완제품으로 생각해 관세를 부과하거나, 부품생산지를 고려해 관세를 부여했다.
먼저, 간단하게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은 따지지 않고 수입차 모두 동일하게 25%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경우 한국GM은 솟아날 구멍이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항구 원장은 "한국GM은 저렴한 소형차 모델을 수출하고 있어 관세가 부과될 시 더욱 치명적"이라며 "관세로 인해 비싸진 소형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적다"고 말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의 원산지 비율을 계산해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에서도 단기간에 해결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이 생산하는 두 모델에는 미국산 부품의 비중이 2~3%로 적기 때문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NHTSA)이 공개한 '2025 미국 자동차 라벨링(AALA)' 목록을 보면 한국GM이 생산하는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핵심부품은 각각 52%와 48%가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협력사를 단번에 변경하는 것은 어려우며 바꾼다하더라도 계약 기간이 남아있을 수 있어 빠른 대응은 쉽지 않아 보인다. 또 미국산 부품으로 한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할 경우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한편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로 인한 철수설에 대해 "한국GM은 변함없이 비즈니스를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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