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전자정보공시(다트)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 중 1곳인 SK온은 일본 완성차 기업 닛산과 15조원 규모의 하이니켈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SK온은 중형급 전기차 약 100만대에 탑재 가능한 99.4GWh 규모의 물량을 오는 2028년부터 5년간 닛산의 차세대 전기차 4종에 공급한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소재 기업인 엘앤에프와 에코프로에도 좋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엘앤에프는 지난 11일 3조5000억원 규모의 하이니켈 양극재 중장기 공급 계약 체결을 공시했으며, 에코프로도 지난 2월 컨퍼런스콜에서 "복수의 배터리 생산(OEM) 기업과 신규 수주를 위한 품질 평가 및 계약 조건을 협의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 내 신규 수주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에코프로는 공시 전까지 고객사 및 협의 관련 자세한 내역 공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시장에서 SK온·엘앤에프 등의 하이니켈 배터리 제품을 찾는 이유는 하이니켈이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지기 때문이다. 최근 전 세계 경기 침체와 불확실성 증대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중저가 제품에 주로 탑재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이 커졌으나 1회 충전 당 주행거리가 긴 하이니켈 배터리 시장은 프리미엄 완성차 업계에서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특히 유럽·미국 등 장거리 이동이 잦은 국가에서는 주행거리에 한계가 있는 LFP배터리보다 하이니켈 배터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업계에서는 경기 회복에 따라 하이니켈 시장도 일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닛산도 이런 흐름을 염두에 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SK온과 하이니켈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국내 배터리·이차전지 소재 기업은 이러한 수주 내역을 기반으로 현재 중저가 전기차 라인업을 선호하는 시장 대응을 위한 LFP 배터리 개발은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차세대 배터리 시장 선점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엘앤에프는 20일 미국 현지에서의 LFP 생산을 위해 현지 파트너사 미트라켐의 주식 129만4464주를 취득하는 145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고 공시하며 급성장하는 LFP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에코프로 계열사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주력 제품이던 리튬 양극재 가공 사업에서 음극소재 개발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중이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지난 12일 캐나다 기업 하이드로퀘백과 메탈 음극 공동개발 협약을 맺고 오는 2026년까지 파일럿 설비를 구축하며 2028년까지 준양산 파일럿 설비 구축도 추진할 계획이다.
SK온은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켰던 화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열폭주 방지 기술 개발에 특히 힘을 쏟고 있다. SK온은 파우치형 배터리의 열폭주 방지 지연 소재(CFT)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분리막 강화 기술, 양·음극재 교차설계 최소화 기술로 배터리 안정성을 높여나가고 있다. SK엔무브와 개발 중인 액침 냉각 기술도 2년내에 개발을 마칠 예정이다. 액침 냉각 방식은 급속 충전 및 냉각 효율이 뛰어나고 열폭주 현상 제어가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업계 불황과 수익성 악화로 힘들어하던 시기에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며 "이를 기반으로 투자 기반을 확대하고 미래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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