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업계에 따르면 한한령 해제로 수혜가 기대되는 대표적인 업종은 화장품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에서 한류 인기로 빠른 속도로 성장했으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한한령에 직격탄을 맞았다. 한한령이 본격화한 지난 2017년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은 약 30%나 감소했다.
이후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일본, 유럽, 인도, 중동 등을 주요 전략 시장으로 육성하는 ‘글로벌 리밸런싱’(재조정)에 주력해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한한령이 해제되고 중국 고객이 한국으로 올 기회가 많아지면 사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다만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도 “한한령이 해제된다면 중국 공식 채널에서의 K팝이나 K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뷰티업계의 마케팅 활동도 이전보다 활기를 띨 것”이라면서도 “여러 차례 중국 리스크(위험)를 경험한 만큼 시작은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한한령이 풀리면 양국 관광객이 늘어나는 등 여행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6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800만명을 웃돌았으나 사드 사태가 불거진 지난 2017년 420만명 수준으로 반토막이 났다. 중국인 관광객은 이후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끊겨 더 줄었다가 작년에 460만명을 회복했다.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면세업계의 기대감도 크다. 면세업계는 사드 사태를 기점으로 발길을 끊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한한령 해제를 계기로 다시 한국을 찾기 시작하면 그만큼 매출 증가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한다.
백화점업계도 중국발 관광객 증가에 따른 간접적인 수혜를 예상한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의 수요가 많은 명품과 패션, 화장품 등이 특수를 누릴 것으로 본다.
식품업계에서도 한한령 해제 분위기에 따라 기대감을 갖는 분위기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삼양식품의 경우 지난 2017년 사드 후폭풍에도 전체 수출액 중 50%를 중국에 수출하는 등 타격을 받지 않았지만, 한한령이 해제된다면 중국 내 한국 콘텐츠가 활발하게 확산하면서 한국의 문화와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어 식품회사들도 추가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한령이 해제되더라도 중국 내수 시장 부진으로 예전만큼의 소비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본토의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며 중국인들의 구매력이 많이 약화된 탓이다.
그 이유는 궈차오 열풍도 한몫한다. 애국소비를 의미하는 궈차오는 중국의 전통문화를 뜻하는 ‘궈(國)’와 트렌드를 뜻하는 ‘차오(潮)’가 합쳐진 단어다.
중국의 경제발전과 더불어 애국주의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은 중국의 지우링호우(1990년 이후 출생자)와 링링허우(2000년 이후 출생자)가 궈차오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궈차오 열풍은 중국 기업들의 성장에 날개를 달아주며 중국 소비시장 확대를 이끌어 가는 주요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이에 한한령이 풀린다 해도 과거만큼 매출 등 실적이 급변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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