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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터널 끝 안보이는 '아모레·LG생건'…변곡점 맞이할까

김아령 기자 2024-01-18 06:00:00
(왼쪽부터)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진=각 사]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뷰티업계 양대산맥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지난해 부진한 성적표로 우울한 한 해를 보냈다. 주력인 중국 시장과 면세점 매출이 엔데믹 국면에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은 탓이다. 중국 젊은층을 중심으로 애국소비(궈차오) 열풍까지 불면서 실적 반등에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화장품 소비 추세 변화도 작용했다. 불황형 소비가 화장품 구매로도 번지면서 중소 브랜드의 저가 화장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하기 위해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가 하면, 마케팅 행사를 강화하며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또 미국·일본 등 신규시장을 개척하면서도 중국 소비자들의 트렌드 변화를 주시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 ‘실적 악화’ 아모레·LG생건, 日·美서 ‘샅바 싸움’
 
17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과 LG생활건강은 지난해 3분기 실적에서 어닝쇼크를 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매출은 9633억원, 영업이익은 28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7%, 12.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주력 계열사 아모레퍼시픽의 국내 사업 매출은 54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줄었다. 해외 사업은 전년 대비 4% 감소한 3177억원을 기록했다. 미주·유럽·중동·일본 등에서 높은 매출 성장세를 보였으나 중국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며 아시아 매출이 하락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LG생활건강도 작년 3분기 영업이익이 128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2.4% 하락했다. 매출은 1조7462억원으로 6.6% 감소했다. 화장품 부문 매출을 들여다보면 3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5.1% 감소한 6702억원, 영업이익은 88.2% 감소한 8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해외 매출은 443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9% 줄었다. 이 중 중국 매출은 1932억원으로 같은 기간 28.9% 감소했다. 이 역시 경기 침체와 소비 심리 위축 영향 등으로 면세 채널과 중국 시장에서 매출이 하락한 영향이다.
 
두 기업의 4분기 전망도 먹구름이 끼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4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8.3% 감소한 1조6589억원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1.1% 줄어든 373억원으로 점쳐진다.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그룹의 4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1조2239억원이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46.1% 줄어든 424억원으로 추정된다.
 
양사는 중국 대신 K-뷰티의 새 무대로 일본과 북미 등을 낙점하며 부활에 나섰다. 중국에 집중됐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일환으로, 수출국 다변화를 꾀하며 수익 창출에 나선 것이다.
 
일본 시장은 한류 열풍으로 K-뷰티를 향한 호감도와 인지도가 늘어나는 모양새다. K-팝을 즐기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류 아이돌 스타들이 쓰는 화장품을 장만하려는 움직임이 퍼져가면서 한국산 화장품 수입에 속도가 나고 있다.
 
일본수입화장품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일본의 수입화장품 중 한국산이 23.4%로 1위였다. 작년 상반기도 25.6% 비중으로, 전통의 뷰티 강국인 프랑스산(22.6%)을 제쳤다.
 
LG생활건강은 자체 브랜드 VDL(브이디엘), 글린트 바이 비디보브, 프레시안 등의 성공에 힘입어 일본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9월 초 일본 온라인 쇼핑몰 큐텐을 통해 론칭한 ‘VDL 퍼펙팅 실키핏 쿠션 및 파우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2% 껑충 뛰었다.
 
온라인 인기에 힘입어 오프라인 매장도 확대하고 있다. VDL은 일본 오프라인 매장에서 입점 요청이 쇄도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마츠모토키요시 등 일본 드럭스토어 2000여 곳의 입점 협의를 진행 중이다.
 
최근 일본 뷰티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쌓은 ‘힌스(hince)’를 통해 색조 화장품 포트폴리오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말 색조 화장품 브랜드 힌스를 보유한 비바웨이브의 회사 지분 75%를 425억원에 인수했다.
 
2006년 일본 시장에 첫 발을 내디딘 아모레퍼시픽도 브랜드 라인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일본 진출 브랜드는 이니스프리, 라네즈, 에스쁘아, 헤라 등이다. 각 브랜드의 전략에 따라 원브랜드숍, 앳코스메, 로프트 등 현지 주요 뷰티 편집숍과 온라인몰을 넘나들며 차별화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북미 시장 공략도 적극적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작년 3분기 미주지역 매출은 7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성장했다. 미주에선 ‘6세대 윤조에센스’를 출시한 설화수와 멀티브랜드숍(MBS) 채널 접점을 확대한 이니스프리 등 핵심 브랜드가 성장을 견인했다. 또 라네즈 등 대표 브랜드 제품은 세포라와 아마존에서 판매망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킨케어 브랜드 코스알엑스의 지분을 추가 인수하고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코스알엑스는 매출의 90%가 북미, 동남아, 유럽, 일본 등 140여개 해외국가에서 나오는 기업으로 미국 아마존 화장품 부문 1위 기업이다. 업계는 아모레퍼시픽이 코스알엑스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생활건강도 북미에서 선전하고 있다. 작년 3분기 매출은 1481억원으로 중국(1373억원)을 뛰어넘었다. 중국 매출이 28.9% 감소하는 동안 북미 매출은 4.2% 늘었다. 그간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투자가 빛을 냈다는 평이다.
 
앞서 LG생활건강은 북미시장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미국 스타벅스와 아마존 출신 문혜영 부사장을 미주사업총괄로 영입, 해당 지역의 사업 역량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빌리프와 더페이스샵은 미국 화장품 시장과 소비자의 특성에 맞는 제품을 출시하고 패키지를 구성하는 등 현지 고객에 맞는 제품으로 채널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피지오겔과 리치 등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운영도 집중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또 더마와 클린뷰티에 대한 인기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이들 브랜드를 중심으로 시장 트렌드 적극 반영해 프리미엄 시장 대응도 확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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