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텔레그램 신규 설치가 급증하며 ‘디지털 망명’ 현상이 뚜렷해졌다.
10일 앱 분석 업체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계엄령 선포일인 지난 3일 텔레그램 신규 설치 건수는 4만576건으로 전날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계엄령이 선포된 당일 텔레그램은 메신저 신규 설치의 47.09%를 차지하며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이어 4일에도 3만3033건의 설치가 기록됐으며 이후에도 매일 1만 건 이상의 신규 설치가 지속됐다.
이는 텔레그램이 보안성과 익명성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점과 관련이 깊다. 텔레그램은 송신자와 수신자 간 메시지를 종단간 암호화하는 기술로 유명하다. 이런 기술은 외부 검열이나 감청 시도를 차단할 수 있어 특히 통신 검열 가능성이 제기된 계엄 상황에서 주목받았다.
한편 네이버와 카카오 등 주요 포털 사이트와 메신저 서비스는 계엄 선포 직후 접속 불안 현상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SNS 상에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텔레그램을 설치했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으며 이른바 ‘디지털 망명’의 일환으로 텔레그램 사용이 확산됐다.
텔레그램은 계엄령 직후 앱스토어 인기 순위에서 50위권에서 3위로 급상승하며 사용자층을 확대했다. 과거 민주화 시위 등에서 소통 창구로 활용되었던 사례가 재조명되며 텔레그램은 다시 한번 ‘반검열 메신저’로 주목받았다.
텔레그램 창업자인 파벨 두로프는 “이용자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뛰어난 보안성은 역으로 익명 범죄의 온상이 된다는 비판도 받았다. 한국에서는 ‘N번방’ 사건을 비롯해 마약 밀매와 성착취물 유포 등 텔레그램을 이용한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편 계엄 상황에서 텔레그램의 역할이 주목받는 가운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검찰 출두 직전 텔레그램 계정을 탈퇴하고 새로 가입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기존 대화 내용을 삭제하고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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