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업대출 잔액은 830조371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64조3159억원) 대비 8.64% 늘어난 수치다. 이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 강화에 따라 은행들이 수익 확보를 위해 기업대출을 확대한 영향이다.
하지만 기업대출 연체율도 연초보다 올라가면서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살펴보면 9월 말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52%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0%p 상승했다. 기업대출 가운데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04%로 낮은 반면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65%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대비해서도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10%p 하락했지만,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16%p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연체율은 0.36%로 전년보다 0.01%p 상승했다. 하지만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에 비해선 훨씬 낮은 수치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주요국 금리인하 기조에도 불구하고 향후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해 취약차주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손실흡수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연체 우려 차주에 대한 자체 채무조정을 활성화하는 등 채무부담 완화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연체율 격차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22년 9월 말 0.04%p, 지난해 9월 말 0.07%p로 상승하다가 올해 9월 말엔 0.16%p를 기록했다.
실제 중소기업 상황은 더 악화하는 추세다. 고금리 장기화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점점 커지는데, 내수 부진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수익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출금은 연체되고, 회수 불가능한 부실채권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가계대출 대신 기업대출로 적극적인 영업 전략을 펼쳤던 은행들도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기업대출 옥죄기까지 나설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실제 은행들은 담보가 확실하거나 우량기업 중심으로 대출을 내주며 문턱을 높이는 분위기다.
은행들이 노선 변경에 나선 이유는 최근 쏟아낸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서다. 은행들은 밸류업 내용 중 공통적으로 배당 여력을 가늠하는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높이겠다 밝혔는데, 이를 위해선 위험 가중치가 높은 기업대출을 축소해 위험가중자산(RWA)를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건전성 관리를 위해 우량 기업 중심으로 영업을 늘리고 있다"며 "이런 기조는 연말과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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