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가 유승훈,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에게 의뢰해 27일 발간한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설정 제언' 연구 용역 보고서는 철강, 화학, 시멘트,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우리나라 탄소 다배출업종의 저탄소기술이 2035년까지 상용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에서 지난해 5월 발간한 '탄소중립 기술혁신 전략 단계별 이행안(로드맵)'을 보면 이들 업종의 저탄소기술 상용화 시점은 2030~2040년으로 확인된다. 반면 연구진은 기술의 고착 효과를 고려할 때 저탄소기술이 등장해도 주류화된 기술시스템이 당분간 지속되는 계단식 기술전환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보고서는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에서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경로 설정과 관련해 4가지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일단 업종별 온실가스 감축비용과 거시경제 효과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선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산업부문은 다양한 세부 업종으로 구성되며 업종별 온실가스 배출구조가 상이해 이질적인 감축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부문별 전문가의 평가를 통해 감축수단의 실현 가능성과 비용 효과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보고서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와 탄소중립을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결정에 따른 하향식 법제화의 문제를 지적했다. 다수 이해관계자와의 실질적인 협의과정이 생략된 탄소중립 경로 설정은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주장이다.
이어 주요국의 탄소중립 이행 방향에서 경제와 환경의 선순환을 지향하는 기조가 두드러진다고 평가하며 유연성 전략을 요구했다.
주요국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점과 국제정치 변동에 따라 중요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향후 동향을 주시하면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연구진은 “선진국은 탄소중립 관련 기술 및 시장을 선점하고 자국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저탄소 혁신에 대한 제도를 마련하기 전 성급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의 조정은 산업계에 충분한 시그널을 주기보다 감축비용을 상승시켜 투자 여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국가적 차원 지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주요국에서 투자 경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산업부문 탄소중립 혁신을 과감하게 지원하며 역내 제조기반을 강화하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한국형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산업정책에 배정된 예산 규모가 유럽연합과 최대 7.3배의 격차가 난다고 지적하며, 국가 차원의 재정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