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거대 기업들의 몰락이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공교롭게도 인텔의 반도체, 폭스바겐의 자동차는 한국의 수출 1위와 2위를 차지하는 산업군이다.
한국도 언제든 위기에 빠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느껴지는 동시에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다가오는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처럼 여겨지기도 하다.
인텔은 한때 반도체의 제왕이라 불리며 '미국의 삼성'으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인텔은 인공지능(AI)과 스마트폰 시대에 적응하지 못했다. 중앙처리장치(CPU)에만 머물러 있는 사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선도하는 엔비디아 같은 경쟁자들에게 밀려났다. 인텔이 한때 차지하던 지위는 더 이상 공고하지 않았다.
폭스바겐 역시 전기차 전환에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창사 87년 만에 독일 공장을 폐쇄하고 대규모 인력 감축을 논의하는 상황에 처했다.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변모하는 가운데 적응에 실패한 결과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예측할 수 없는 변화를 겪고 있다. 인텔은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면서도 몰락을 피하지 못했다. 반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이러한 정부의 지원 없이도 성장했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인텔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커진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최근 내부 분위기는 녹록지 않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패밀리데이 폐지"와 "주말 출근 확대" 등의 소문이 돌며 직원들 사이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패밀리데이는 삼성전자 급여일인 매월 21일이 포함된 주 금요일에 전 직원이 쉬는 날이다. SK하이닉스는 노조와의 임금 협상이 미완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자동차 산업도 마찬가지다. 폭스바겐의 실패는 단순한 경영 전략의 문제가 아니다. 전기차로의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놓친 대가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도 전동화 전환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폭스바겐처럼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
내부 결속력이 흔들릴 때 기업의 대응력은 약해진다.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우리 기업들도 인텔이나 폭스바겐처럼 무너질 수 있다. 기술 혁신뿐만 아니라 민관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기업이 혁신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과 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한 재계 관계자의 일갈이 귓가에 맴돈다.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다가오는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성공은 영원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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