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SK이노베이션이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진행한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 표결로 부쳐진 SK E&S에 대한 합병안은 찬성률 85.75%로 가결됐다.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과 국내 최대 민간 전력사인 SK E&S가 합치면서 자산 규모 100조원대 아시아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이 탄생했다.
합병안이 통과되긴 했지만 과제도 남겼다. SK이노베이션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6.2%)이 합병 반대 의사를 표하는 등 참석주주 14.25%는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22일 합병 반대 입장에서 "SK이노베이션의 합병 비율이 불리해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합병 과정 초기부터 꾸준히 '시너지 효과'를 강조해 왔다. 합병으로 시너지 효과가 생겨 재무 상태가 좋아지면, 자사주 매입·배당 확대 등 적극적인 주가 부양책을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아직 두 회사의 세부적인 시너지 방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해외 유사 사례를 기준으로 본다면 실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세계 2위 정유사인 영국 로열 더치 쉘(쉘)은 지난 2016년 영국 내 3위 원유·천연가스 기업 BG그룹을 470억 파운드(약 76조2627억원)를 들여 합병했다. 당시 저유가 흐름에 대응해 원가를 절감하고 LNG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추진된 합병이었다.
합병 후 2년이 지난 2018년 쉘의 자산, 매출, 영업이익은 모두 크게 올랐다. 자산은 합병 전 대비 118억 달러(약 15조7700억원) 늘어났고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083억 달러(약 144조7900억원), 330억 달러(약 44조1000억원) 커졌다.
2020년엔 미국 셰브론이 130억 달러(약 15조6000억원)를 주고 경쟁사인 노블에너지를 합병한 사례도 있다. 같은 해 미국 코노코필립스가 정유사인 콘초리소시스를 인수한 사례에서도 합병 후 자산과 매출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학계 전문가들은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사례가 해외 사례와 유사하게 긍정적 시너지 효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해외 사례는 경쟁사와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경우"라며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경우 경쟁사라고 보기 어렵고 시너지 방안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도 "SK이노베이션의 재무 상황이 열악해 SK E&S가 일방적으로 먹여 살리는 구조에선 시너지 효과가 나기 쉽지 않다"며 "국민연금에서 주주가치 훼손을 우려한 것도 같은 맥락에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이번 합병이 성장 기회로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모두 동의했다.
이 교수는 "이번 합병으로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에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다"며 "향후 전기차 시장 흐름에 따라 합병 시너지의 성과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황 교수는 "SK가 그동안 여러 사업 영역에 발을 담그며 핵심적인 결과물을 만들지 못했는데, 이번 합병을 계기로 명확한 방향성과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주사위가 던져진 상황이기 때문에 배터리, 정유·화학, LNG, 친환경 등 여러 부분 중 하나를 핵심 가치로 잡고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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