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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국민연금 "SK이노베이션 합병 반대"…전문가들도 '시너지' 의문

임효진 기자 2024-08-26 16:53:09

2대 주주 국민연금 합병에 반대 의견

합병비율 '1대1.19'…주주가치 훼손

SK(주) 일반주주들 반대 행사 가능성

반대 여론에 '주식매수청구권' 변수

서울 종로구 SK이노베이션 본사 SK서린빌딩 전경 [사진=SK]
[이코노믹데일리] SK그룹이 리밸런싱(구조조정) 차원에서 추진하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이 오는 27일 결정된다. 합병 승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을 비롯해 의결권 자문사 등이 반대 의견을 내놓으면서 주주총회의 향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는 지난 22일 제10차 위원회를 열어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안건에 관해 반대 의결하기로 했다. 반대 사유로 주주 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를 제시했다. 시민단체와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반대 의견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SK그룹은 지난달 17일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을 결정했다. 에너지·화학 사업의 불확실성 증대,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등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에너지 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이후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비율(1대1.19)이 문제가 됐다. SK이노베이션의 자산가치가 아닌 시가(주가)를 합병 가액의 기준으로 삼으면서 회사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사회 결의일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6으로 가장 저점인 수준에서 합병 가액이 산정됐다.

이 같은 이유로 국내 의결권자문사 서스틴베스트는 지난 21일 기관투자자들에게 합병 안건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다음날인 22일에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합병비율을 재심의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이동섭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사무국장은 “SK E&S는 SK(주)의 알짜 회사였는데 SK온을 살리기 위해 SK(주) 일반주주 의사와는 상관없이 지배주주가 의사결정을 한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 일반주주보다는 SK(주) 일반주주들이 반대를 행사할 가능성도 꽤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반대 기류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기 수요를 강조하며 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부각하고 나섰다. 지난 17일 대한상공회의소 기자간담회에선 “향후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전기를 솔루션화하면 상당한 사업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의 이런 노력에도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내놓으면서 합병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민연금이 전량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SK이노베이션은 6817억원에 매수해야 하는데, 준비된 매수 금액은 8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얼마나 많은 소액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느냐에 따라 준비 금액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회사가 합병처럼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이에 반대하는 주주가 자신의 주식을 공정한 가격에 매수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일각에서는 회사 측의 합병 의지가 확고해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를 늘릴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SK이노베이션은 합병을 결정하며 “8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매수해야 할 경우 계약을 해제하거나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고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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