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충남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는 21일 "BMS가 '배터리 블랙박스'이자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BMS 고도화를 위한 투자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기차 화재 사고 조사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화재 원인을 밝혀야 할 사고 차량의 BMS 등 주요 기록 장치까지 불에 타 사라진다는 것이다. BMS는 컴퓨터 메인 보드처럼 배터리 셀 전압, 셀 온도 등 화재 원인과 확산 과정을 추정하는 데 핵심적인 자료들이 담겨있다. 그러나 배터리 바로 옆에 붙어 있어 화재가 발생하면 훼손되기 쉽다. 여기에 배터리에서 나오는 정보량에 비해 BMS가 모든 정보를 저장할 공간도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완성차 업계가 주목하는 게 클라우드 BMS다. 현대자동차·기아가 지난 15일 배터리 이상 징후 발견 시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서비스를 공개하며 개발 중이라고 소개한 '온보드-클라우드 통합 안전관리 시스템'도 클라우드 BMS 일종이다.
클라우드는 가상 서버를 두고 필요할 때마다 데이터를 주고받는 정보통신(IT) 구조인데 클라우드 BMS는 이 같은 구조를 통해 배터리 기록을 화재로부터 안전한 서버에 저장할 수 있다.
클라우드에 저장된 기록이 사고 원인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은 물론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 기여할 거라 보는 이유다. 나아가 배터리 안전성 강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는 동일 차종이라도 운전 습관, 기온 등에 따라 배터리 상태가 달라지는데 기존 BMS는 상황에 따른 개별 관리가 불가능했다. 클라우드 BMS는 서버와의 통신으로 차량 상태에 따라 BMS 시스템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차량들의 정보를 축적해 빅데이터도 구성할 수 있다. 가령 날씨나 도로 상황 등이 다른 부산과 강원도에서 해당 지역 내 전기차들의 운행 기록을 모아 BMS에 최적화된 표준을 만들 수 있다.
아쉬운 건 클라우드 BMS 상용화가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는 점이다. 지하 주차장이나 산간 등 음영 지역에서도 통신이 가능한 IT 장비와 BMS 전용 인공지능(AI) 등 시스템 구축을 위한 인프라가 필요한 데다 BMS 관련 기술도 미흡한 상태다.
김 교수는 "그 동안 전기차는 배터리 소재에 관심이 몰려 BMS 관련 투자가 적었는데 최근 화재로 관심이 커지면서 클라우드 BMS 상용화도 속도를 낼 거라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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