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키움증권이 공개한 '주간 정유·화학 보고서'를 보면 싱가포르 복합 정제 마진은 배럴(약 159ℓ) 당 7.9달러까지 떨어진 걸로 나타났다. 복합 정제 마진은 원유 가격과 휘발유, 경유 등 석유 제품 가격의 차익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정유사의 복합 정제 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 당 4~5달러 선이다.
매년 6~8월은 드라이빙 시즌이라 불리는 휴가철 이동 수요로 석유 제품 소비가 늘어나게 마련인데, 올해 복합 정제 마진은 지난 1분기 평균 약 10달러까지 올랐다가 2분기 약 6달러로 40% 급락했다.
복합 정제 마진 하락을 이끈 핵심 요인으로 중국의 경기 부진과 아시아 지역의 석유 제품 수요 둔화가 지목됐다. 중국의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4.7% 성장했다. 지난해 1분기 GDP 성장률이 4.5%를 기록한 이후 최저치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지난 6월 아시아 원유 수출분 공식판매가격(OSP)을 배럴 당 0.4~0.6달러 내리며 아시아의 수요 둔화 반증했다. OSP는 사우디가 중동 외 지역으로 원유를 수출할 때 붙이는 일종의 프리미엄이다. 아시아의 석유 제품 수요 감소를 염두에 두고 OSP를 내린 걸로 풀이된다.
휘발유보다 경유와 등유의 마진 하락 폭이 더 큰 것도 세계적 경기 부진을 의미하는 신호다. 휘발유의 7월 정제 마진은 11.7달러로 5% 하락했지만 경유와 등유는 7% 하락해 각각 14.8달러, 14.2달러를 기록했다. 승용차에 주로 쓰이는 휘발유에 비해 경유와 등유는 산업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 수요 감소가 곧 경기 부진으로 해석된다.
반면 러시아산 원유로 인해 아시아 지역에 공급되는 석유 제품 물량은 크게 늘어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러시아산 원유 가격이 중동산 원유 가격보다 40%가량 저렴하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산 원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주요 선진국에서 금수 조치를 내려 중국, 인도 등 일부 국가만 구매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액을 크게 늘렸다. 지난해 중국은 원유 약 5억6399만t을 수입했는데 이 중 19.0%에 해당하는 1억702만t을 러시아산이 기록했다. 중국에서 값싼 러시아산 원유로 만들어진 석유 제품이 중국 내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싱가포르에 풀린 셈이다.
정유업계에선 이런 추세가 최소한 하반기까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경기 부진과 과잉 공급 모두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하반기에 날씨가 좋아 하계 휴가철처럼 이동이 몰리거나 미국에 초대형 태풍이 와서 현지 정유 설비가 마비돼 수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은 이상 현 상황에서 큰 변화가 생기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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