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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엔비디아 과의존은 자충수?"…SK하이닉스 '역풍' 우려

고은서 기자 2024-07-16 07:00:00

SK하이닉스, 엔비디아 덕 HBM 시장 1위 '굳건'

공급 과잉 발생 땐 수요 감소 리스크 감당해야

삼성보다 생산시설 적은 점도 문제, HBM 의존 ↑

SK하이닉스가 청주에 새로 짓는 반도체 공장 M15X 건설 조감도 전경[사진=SK하이닉스]
[이코노믹데일리]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칩을 선도하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독점 공급하면서 글로벌 HBM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이를 두고 '엔비디아 독점 공급'이라는 타이틀이 SK하이닉스에겐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만 경제전문지 비즈니스타임즈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 HBM 생산 확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내년 HBM 생산량이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세 회사가 생산 시설을 늘리면서 내년 생산량을 올해 26만4000장 보다 105%(27만6000장) 증가한 54만여장으로 예상했다. 

HBM 생산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SK하이닉스다. 늘어난 수요량에 맞추기 위해서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견고한 협력을 통해 고성능 메모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HBM3(4세대)에 이어 지난 3월 8단 HBM3E(5세대)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우위를 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5%, 마이크론 9% 순이었다. SK하이닉스 생산은 HBM에 집중돼 있다. 지난 4월 HBM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청주에 총 20조원 이상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그중 새로 짓는 팹(공장)으로 HBM 생산용인 M15X에 5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최근 이천 팹 M10 일부 라인도 HBM 생산용으로 전환하기 위해 관련 태스크포스를 신설했다.

SK하이닉스가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 이론을 눈 여겨 봐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HBM 생산량 확대가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경우 SK하이닉스는 수요 감소로 인한 직격타를 맞을 수 있다. 엔비디아가 가격을 낮추려고 다수 고객사를 유치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꿀 수도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HBM 공급업체 자격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차세대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LPDDR5), 그래픽용 D램(GDDR5) 등 다양한 메모리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유연한 생산 전략을 취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범용 D램 생산 능력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반도체 생산기업들이 HBM 생산에 집중하면서 하반기 D램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DDR3 가격은 50~100% 오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DDR4 가격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PC용 DDR4(16GB) 가격은 1분기 27달러에서 2분기 29.7달러로 올랐고 같은 기간 모바일 LPDDR4(12GB) 가격도 22.1달러에서 23.4달러로 상승했다.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최근 보고서도 SK하이닉스에겐 달갑지 않다.
보고서는 "내년 D램 수요가 공급을 23% 초과할 것으로 보이는데 11%인 HBM의 두 배 이상"이라며 "HBM이 전체 D램 시장의 약 20%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범용 D램 가격 상승이 반도체 생산 기업의 재무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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