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은 실리콘관통전극(TSV)을 통해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메모리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3E(5세대)까지 상용화하는 데 성공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아직 HBM3E 양산은 개시하지 못했고 HBM3(4세대) 제품을 엔비디아 등 고객사에 납품하기 위해 품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두 회사가 목표로 정한 HBM4 양산 시점은 내년이다.
다만 HBM4부터는 제조 공정에 변화가 있다. 앞선 HBM3E까지는 일종의 받침대 역할을 하는 베이스다이(로직다이)를 포함한 HBM의 모든 부분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직접 제조했다.
HBM4부터는 초미세공정을 활용한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된다. 고객사가 원하는 만큼 전력 효율을 높인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다.
HBM의 베이스다이는 총 전력의 약 40%를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베이스다이를 파운드리 공정에서 생산하면 전작(HBM3E) 대비 전력 효율성이 높아지고 베이직다이에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는 데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바로 자체 파운드리를 통해 HBM4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강점을 앞세워 삼성전자는 HBM4 양산 시점을 당초 예정했던 일정보다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선 삼성전자 파운드리 기술력과 메모리 제조 능력의 결합은 HBM4 시장에서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대만 TSMC의 파운드리를 사용하기로 했다. TSMC 패키징 기술 역량을 더해 메모리 성능 한계를 돌파하겠다는 복안이다. HBM4 베이스다이 설계는 SK하이닉스가 진행하고, 제작은 TSMC의 로직 선단 공정에 맡기는 형식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미 HBM4부터 HBM 시장 점유율 역전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또 다른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급부터 패키징까지 자체 기술로 할 수 있는 건 삼성전자가 유일하다"며 "경쟁사들보다 유연하고 빠르게 고객사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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