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하반기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개최했다. 금통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연 3.50%로 동결했다.
지난해 2월부터 12차례 연속 동결이다. 이는 그간 동결 최장기간이던 지난 2016년의 1년 5개월 21일을 넘어선 것이다.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를 지켜볼 필요가 있고, 외환시장 변동성, 가계부채 증가세가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금통위는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와 정책 변수 간의 상충 관계를 점검해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할 것이라 밝혔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 금통위원 6명(총재 제외) 중 2명이 낮아진 물가 상승률을 근거로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처음으로 개진했다. 또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지난 5월과 다르게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검토하겠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다만 외환시장,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움직임 등 위험 요인을 근거로 들면서 구체적인 금리 인하 시점은 언급하지는 않았다. 금리 인하 시 가계부채·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에 이 총재는 "한은이 유동성을 과도하게 한다든지, 잘못된 인하 시그널을 줘서 기대를 크게 해 주택 가격 상승을 촉발한다든지 하는 정책적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데에 금통위원 모두 공감한다"고 반박했다.
이로써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2%p로 유지됐다. 이날 이 총재는 미국 정책 결정에 대해 외환시장, 환율에 주는 영향이 있기 때문에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고 언급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지난 9일(현지시각) 미 상원 은행위원회 반기 연례 연설에서 "금리를 너무 늦게 또는 너무 적게 내려도 경제 활동과 고용이 과도하게 약화될 수 있다"며 "금리를 너무 빨리 인하하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진전을 지연시키거나 심지어 역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는 "긍정적인 지표가 더 나타나면 물가가 2%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를 낮추려면 물가가 목표치(2%)까지 하락하고 있다는 경제 지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왔기에 이달 들어 인하에 대한 낙관론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우세했다. 이들은 한은 금통위 직후 연준의 결정에 따라 한은이 이르면 8월, 늦으면 11월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실상 금리 인하의 깜빡이는 켰으나 가계 부채 문제를 강조하며 신중한 스탠스를 보였다"며 "10월 금리 인하는 확보 됐으며 연준에 따라 8월 인하 여부가 결정돼 8월 인하 전망을 유지한다"고 관측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시장의 예상대로 동결했다"며 "11월 미국 대선을 앞둔 만큼 한은이 10월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조심스럽기 때문에 기존 11월 인하 전망을 유지한다"고 분석했다.
다음 한은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는 오는 8월 22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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