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바둑기사 알파고에서 오픈AI의 챗GPT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AI 붐이 일면서 기업 경영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업들 중엔 AI 전략을 수립하고 정보 보호 문제 등을 책임지는 '최고AI책임자(CAIO)'를 세우는 경우도 생겨났다.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최고경영자(CEO)나 곳간을 관장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두듯 AI가 기업의 주요한 경영 요소로 떠오른 것이다.
AI 전문 임원 모시기 경쟁은 국내 기업에서도 활발하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최근 집계한 30대 그룹 AI 전문 임원 수를 보면 지난해 89명에서 올해 187명으로 두 배 가량 늘었다. AI나 빅데이터 같은 업무를 전담하지 않더라도 각 사업 영역에서 AI와 관련성이 큰 일을 하는 임원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많다는 게 중론이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수시 인사를 통해 AI 부서를 신설하거나 조직 개편의 중심에 AI를 뒀다. 카카오는 사내에 흩어진 AI 기술·서비스 관련 팀을 모아 통합 조직을 꾸렸고 네이버는 5개 사내 독립기업(CIC)을 12개 전문 조직으로 재편하면서 모든 부서 업무에 AI를 도입했다.
전통적인 사업을 하는 기업들도 AI 중심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는 최근 계열사별 AI 도입을 총지휘하는 AI 태스크포스(TF) 운영 기간을 오는 9월까지로 연장했다. 식품·유통·화학군 등 각 영역마다 AI 도입 과제를 발굴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다. 강도 높은 사업 구조 개편에 착수한 SK 역시 TF를 만들어 AI 사업 체계를 점검하기로 했다. 일찌감치 AI연구원을 설립한 LG는 한국판 챗GPT인 '엑사원'을 개발한 데 이어 AI 윤리 문제 해결에도 뛰어들었다.
전문 임원이나 조직을 두는 것을 넘어 AI를 새로운 수익 사업으로 육성하는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자체 AI 플랫폼 구축이 어려운 기업을 대상으로 솔루션을 판매하는 식이다.
ICT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가장 적극적이다. LG유플러스는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해주는 기업용 AI 서비스 '아쿠아'를 개발해 이달 중 공개할 예정이다. 아쿠아는 챗GPT나 구글 제미나이 같이 대화 방식으로 사내 빅데이터를 추출해준다.
신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거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려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야 하는데, 아쿠아는 여기에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현재 기반이 되는 오픈AI의 최신 AI 엔진인 GPT-4 터보와 더불어 LG 엑사원을 적용해 아쿠아의 성능을 높일 계획이다. KT 역시 미디어 분야에 최적화한 '매직 플랫폼'을 내놨고 SK텔레콤도 업무용 AI 솔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기업이 AI 솔루션 사업에 적극적인 이유는 관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사 주체마다 편차는 있지만 AI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동일한 전망을 내놓는다는 데서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IDC는 2027년 전 세계 생성 AI 시장 규모가 1511억 달러(약 209조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마켓앤마켓도 그 규모를 2030년 1조3452억 달러(1862조원)로 예측하기도 했다.
기업이 AI 도입으로 가장 크게 기대하는 건 생산성 향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3월 발표한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중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85.7%가 AI로 업무 소요 시간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맥킨지는 AI가 생산성을 끌어올리면서 전 세계에서 4조4000억 달러(6076조원)에 이르는 경제적 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추산했다. AI가 사람의 자연어를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육체적 노동뿐 아니라 지식 노동까지 자동화가 가능해졌다고 맥킨지는 설명했다.
이코노믹데일리는 오는 11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2024 KEDF(Korea Economic Design Forum)'를 열고 급속도로 발전하는 AI가 생산성 향상에 미칠 효과를 살펴본다. 특히 이번 2024 KEDF는 'AI와 일의 품격: 대한민국 인구 4000만명 시대가 온다'를 주제로 여러 분야에서 AI가 국가적 과제인 저출산과 인구 감소의 해법이 될 가능성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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