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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대체 어디까지가 AI야?"…모호한 AI 정체성 '여전'

고은서·유환 기자 2024-05-30 06:00:00

1950년대 등장…2010년대 대중에 각인

삼성·LG전자, AI 가전 출시 경쟁 이어가

정작 소비자·전문가 "큰 차별점 못 느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믹데일리] 말 그대로 인공지능(AI)의 시대다. 전자 기기부터 서비스까지 AI 활용 영역은 확장되고 생활 기기부터 대형 플랜트까지 적용 범위도 늘어나고 있다.

 AI는 이제 일상의 영역까지 차지했다. 글로벌 가전업체들은 "AI를 탑재했다"는 걸 앞세워 AI가전을 쏟아내고 있다.

스마트폰, 노트북부터 냉장고, 세탁기까지 생활 속 기계에서 AI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게 영화에서나 보던 '판타지'가 아닌 현실이 됐지만, 정작 기업들은 AI의 범위가 어디까지 인지 정의 내리지 못하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들조차 'AI 가전의 범위가 어디까지냐'는 질문에 "개인에 맞게 편안한 삶을 추천해주는 게 진정한 AI"라는 모호한 답변만 내놓는다.

기업이 마케팅을 위해 AI라는 용어를 남발하듯 사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AI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가전을 선택할 때 AI라는 단어에 현혹되기 보다 사용자 편의에 따라 선택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반세기 훌쩍 넘긴 AI 역사

최근 들어 AI에 대한 관심이 뜨겁지만, 그 시초를 따지려면 1950년대 '튜링테스트'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기계가 AI기능을 갖췄는지 판별하는 실험인데 현재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테스트는 시험자, 인간 응답자, 기계 응답자 3명으로 구성돼 마피아 게임처럼 대화를 주고 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험자가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기계는 튜링테스트에 통과한 것으로 간주된다. 

AI가 대중에게 각인된 건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2016년 구글의 딥마인드가 일으킨 '알파고 쇼크'가 유명하다. 바둑 AI 알파고가 4승 1패로 이세돌 9단을 꺾으면서 AI가 인간보다 뛰어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 미국에선 2011년 IBM의 AI '왓슨'이 유명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서 우승하며 AI란 개념이 널리 퍼졌다.

◆가전업계 13년째 AI 경쟁 중
국내 가전업체 중 AI 기술을 가전에 가장 먼저 탑재한 건 LG전자다. 2011년 업계 최초로 가전제품에 인터넷을 연결해 원격 관리를 시도하면서다. 지난 2017년엔 가전에 인터넷을 연결한 사물인터넷(IoT)과 AI의 학습 기술을 결합하는 AI 브랜드 '씽큐(ThinQ)'도 발표했다.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분석하면서 로봇청소기가 집안을 학습해 원하는 구역만 지정해 청소하거나 TV가 개개인에게 맞춤 콘텐츠를 추천하는 등 최적의 사용감을 제공했다.  

삼성전자는 2012년 미국의 IoT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2년 뒤 IoT 플랫폼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내놨다. IoT를 통해 원격으로 가전 기기를 통제하는 데 주안점을 두던 초기 서비스에서 진화해 최근에는 스마트홈 가전과 AI 간 결합을 강조하고 있다. '스마트싱스 에너지' 기능의 경우 AI를 이용해 전력 사용량을 분석하고 예상 전기요금을 알려준다.

AI가전을 두고 삼성과 LG의 공방전은 올해 더 치열하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AI 가전의 시초는 우리"라고 하자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누가 시초인지보다 소비자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AI가전 정체성 두고 의견 분분
가전 업계의 공방과 달리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어디까지가 AI기술이고 기능인지 구분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온다. 28일 서울 중구 한 가전 양판점에서 만난 김모씨(33)는 "삼성이나 LG나 제품명에 AI를 붙여서 홍보하는데 이전에 나왔던 제품들과 기능 측면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괜히 더 비싸게만 파는 것 같다"고 밝혔다.

AI 가전 개발자들도 최신 가전에 들어가는 AI는 극히 일부의 영역이라고 이야기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AI를 조금이라도 공부한 개발자들은 다 안다. 지금 AI 가전이라고 불리는 제품들은 사실상 AI가 하는 역할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AI 기준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세계 최초로 제정된 AI법에 주목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유럽연합(EU) 의회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신설한 'AI 법'은 AI 시스템에 대해서 '학습을 통해 개발되고 콘텐츠·예측·추천·결정 등의 출력을 생성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정의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바른AI센터장은 "과거 센서로 온도를 감지해 바람 강도를 조절하던 선풍기와 오늘날 AI의 차이는 추론을 할 수 있느냐에서 나온다"라며 "사람이 학습하듯 문제를 받아서 결과를 추론하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면 AI"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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