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샤오미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보여준 '대륙의 실수'를 재현할 수도 있다는 관측과 함께, 스마트폰과 자동차는 엄연히 다른 영역이기 때문에 샤오미 열풍이 '찻잔 속 황사'에 그칠 것이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8일 전자 업계와 자동차 업계 등에 따르면 샤오미가 스마트폰에 이어 전기차를 내놓은 것 자체는 가벼이 볼 일이 아니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샤오미 SU7 제원에서 레이 회장이 내비친 자신감의 근거를 엿볼 수 있다. 대형 세단과 맞먹는 크기에 최상위 모델 맥스 기준 단 2.7초 만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한다. 배터리 용량은 트림(세부 모델)에 따라 73.6킬로와트시(㎾h)와 101㎾h로 나뉘며 한 번 충전으로 최장 800㎞ 주행이 가능하다고 알려졌다. 가속력만 보면 테슬라 모델 3 하이랜드(4.4초)보다 빠르고 포르쉐 타이칸(2.5초)보다 아주 조금 느린 수준이다.
놀라운 건 가격이다. 기본 트림인 스탠다드는 21만5900위안(약 4030만원)에 불과하고 가장 비싼 맥스도 29만9900위안(5600만원) 밖에 안 한다. 테슬라 중국 공식 웹사이트에 표기된 모델 3 시작 가격(24만5900위안)보다 저렴하다. 레이 회장은 "손해를 감수하고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만 놓고 보면 전기차 생태계를 뒤흔들기에 충분하다.
샤오미는 지난 2021년 3월 전기차 개발을 선언해 3년여 만에 SU7을 내놨다. 실제 개발을 시작한 것은 이보다 앞선 시점이라는 얘기도 있다. 일반적으로 완성차 제조사가 신차를 개발하는 데 평균 3~4년이 걸린다. 자동차를 처음 만드는 회사가 기존 완성차 업체와 비슷한 기간에 판매까지 해내면서 "샤오미의 속도전은 무서운 수준"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샤오미는 플랫폼과 각종 부품을 보쉬나 CATL, 소니, 브렘보 같은 회사에서 받아 쓰면서 기간을 단축했다.
개발부터 출시까지 단기간에 해치운 만큼 각종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외관은 포르쉐와 포드 링컨, 맥라렌 차량을 섞어놓은 듯해 베끼기 의혹을 일으켰다. 현지에서는 SU7이 모퉁이를 돌다 중심을 잃고 도로 구조물을 들이받는 등 사고 영상이 다수 촬영됐다. 자동차를 만든 경험이 없는 샤오미가 겉모습을 흉내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완성도를 갖추지는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기차는 미국 애플조차 도전장을 냈다가 10년 만에 포기한 분야다. 일명 '애플카' 출시와 관련해 한때 애플이 LG나 현대자동차와 협력한다는 루머까지 돌았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애플의 전기차 개발 포기는 자동차 개발 난이도가 그만큼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기차 시장에서 한 발 물러선 애플과 달리 샤오미는 제품 출시를 강행했다. 샤오미는 완벽한 자동차를 내놓는 대신 '카피캣(모방 제품)' 논란이나 품질 불량 문제를 감수하고 일단 시장에 진입하고 보는 방식을 택했다. 스마트폰을 처음 만들었을 때 구사한 전략과 일치한다.
관련 업계에선 샤오미가 전기차 사업을 서두른 '진짜' 의도는 따로 있다고 본다.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아우르는 거대한 정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샤오미의 속내라는 분석이다. 샤오미 역시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레이 회장은 전기차 개발 계획을 발표하기 이전부터 "샤오미는 사물인터넷(IoT) 기업"이라고 공언해 왔다. 스마트폰, 가전, 자동차를 하나로 연결해 얻게 될 방대한 빅데이터가 샤오미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실제 샤오미는 결제 서비스는 물론 주택 시장까지 넘봤다.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선 샤오미가 안 만드는 제품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한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샤오미의 경쟁자는 삼성이나 구글뿐 아니라 현대차나 폭스바겐, 심지어 금융사가 될 수도 있다"면서 "필요 이상으로 경계할 필요는 없겠지만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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