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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병세권'... 의사파업에 대형병원 근처 아파트 신고가 속출

한석진 기자 2024-04-09 06:00:00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전경.[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의료대란 장기화로 주택시장에서 주거지와 병·의원 인프라가 인접한 '병세권'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형병원과 인접한 아파트들이 고가에 거래되고, 신고가도 갈아치우는 등 강세를 보여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의료대란 여파로 대형병원과 주거지가 가까워야 한다는 '병주근접'이라는 신조어가 나오고 있다. 이미 대형병원 등 의료시설 인프라를 잘 갖춘 지역에 대한 두터운 수요로 해당 단지들의 평균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서울 종로구에 있는 경희궁자이, 경희궁롯데캐슬 아파트는 모두 역세권(각각 5호선, 3호선) 단지이지만 의료기관 접근성에선 차이가 난다.

경희궁자이는 강북삼성병원, 서울적십자병원과 가까운 '병세권'이다. 직선거리로 400~500m 내외다. 경희궁롯데캐슬은 이들 병원과 1㎞ 정도로 상대적으로 먼 거리에 있다.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병세권' 경희궁자이는 지난 1월 20억원에 거래된 데 비해 경희궁롯데캐슬은 지난해 12월 15억원에 거래됐다.

지방에서는 병세권 단지들이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강원 춘천시 후평동에 있는 춘천후평우미린뉴시티는 강원대학교병원, 한림대춘천성심병원 등을 이용하기 편리한 단지로 꼽히는 곳이다. 지난달 전용면적 84㎡가 5억원에 거래돼 2021년 입주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내원객과 환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를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지방에서 신고가 경신은 흔치 않은 사례다. 의료대란 장기화로 환자와 가족들의 불편이 가중되면서 지방에서도 상대적으로 우수한 의료 인프라를 갖춘 단지들이 주목받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지방 유학 증가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지방에서는 정원 60%를 해당 지역에서 고등학교 3년 과정을 이수한 학생으로 선발하는 지역인재전형이 시행 중이기 때문이다.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지역별 배정 현황에 따르면 지방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배정받은 지역은 충청권(549명)이다. 지역 내 위치한 의대는 건국대글로컬·건양대·단국대 천안·순천향대·을지대·충남대·충북대 등 7개로 총정원은 421명에서 970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그 결과 대전 둔산동 내 명문학군으로 꼽히는 크로바, 한마루, 목련 등의 아파트 단지는 이미 2023년 말부터 집값 상승세를 탔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부동산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를 보면 크로바 아파트 전용 101㎡는 지난달 11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한마루 아파트 전용 101㎡도 지난해 10월 8억9800만원, 11월엔 8억9500만원에 거래됐으며 올해 3월에는 8억2000만원에 팔렸다.
 
둔산동 목련 아파트 역시 전용 134㎡가 2022년 15억5000만원으로 최고가를 찍은 이후 2023년 6월 12억원대까지 하락했다가 2024년 2월 다시 14억700만원에 거래됐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인구 고령화와 건강에 관한 관심이 고조된 시대적인 상황과 의료대란 등으로 주택시장에서 의료 인프라의 가치는 더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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