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전면 수정하고 원전 중심의 에너지 수급 계획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아왔다. 산업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오는 2038년까지 대형 신규 원전 3기를 짓는 계획을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했다. 이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등과 맞물려 급격히 늘어날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정책 추진의 정치적 기반이 붕괴되면서 당초 계획은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차기 국정 구도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 비중 축소 기조가 부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공무원 조직은 정권 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보수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체코 원전 수주는 이번 정권의 대표적 수출 외교 성과로 평가됐지만 윤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체코 측과의 신뢰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수원은 지난해 7월 체코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본계약 체결은 현지화율과 지재권 조율 문제로 지연돼왔다. 여기에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이 더해지면서 외교적 후속 논의 공백이 본계약 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장 체코 해외 원전 수출 프로젝트에서 주기기 납품사로 참여하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가 먼저 반응했다. 이날 오전 11시를 기점으로 급격히 하락했다. 이전까지 최고가 2만4250원을 찍었지만 11시 이후 최저 2만2250원까지 떨어졌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 파면을 선언한 11시 22분을 기점으로 거래량이 급격히 늘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정부의 원전 확대 또는 축소 정책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해 ‘원전 대장주’로 평가받는 종목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200조원 규모의 한전 부채, 폭증하는 산업용 전력 수요, 탄소중립 달성을 동시에 고려하면 원전은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이 같은 전략적 정책이 정권마다 흔들리는 것은 산업 경쟁력에도 타격이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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