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여야 모두 재정 지출구조 조정과 총수입 증가로 재원을 충당할 것이라고만 두루뭉술하게 밝혀 공(空)약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 관리재정수지가 올해 91조6000억원 적자로 전망되는 심각한 상황 속에 구체적 재원 마련조차 없는 공약으로 국민들에 짐을 지게 하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3일 국회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는 먼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1월 간병비 급여화 추진을 발표하면서 방문간호나 방문요양 서비스도 확대한다고 했다.
여당 국민의힘도 간병비 급여화뿐만 아니라 간병 비용 연말정산 세액 공제를 비롯해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혜택을 400만명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패키지로 묶어 발표했다.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제도는 건강보험 재정을 통해서 장기 입원이 필요한 요양병원 환자들에게 간병비를 지원해 주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간병비는 고령화 추세에 따라 재원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요양병원 간병비가 급여화되면 연간 간병비는 15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건강보험 지출 규모가 90조원이었던 점을 고려했을 때 약 17%의 지출이 더 필요해지는 것이다.
국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연평균 4.6%씩 증가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 총인구의 27.2%(1395만명)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건강보험 지출은 증가하는 반면 저출생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연령인 생산가능인구는 줄어 수입이 감소하고 있다.
오는 2028년엔 건강보험 재정이 바닥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면서 결국 해당 제도는 국민의 추가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총선이 역대 총선 가운데 유권자 연령대가 가장 높은 선거가 되면서 정치권이 노인 표심을 얻기 위해 재원을 고려치 않은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는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보험업계도 최근 제3보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총선 이후 간병보험 상품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시하는 분위기다. 만약 요양병원 간병비가 건강보험 100% 적용으로 바뀔 경우 보험사들의 간병보험 상품 판매 시장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3보험이란 사람이 질병에 걸리거나 재해로 상해를 당했을 때나 질병·상해가 원인이 돼 간병이 필요한 상태를 보장한다. 생명·손해보험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갖췄고 크게 상해·질병·간병보험으로 나뉜다. 대표적으로 △건강보험 △암보험 △어린이보험 등이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지원받는 요양원과 다르게 요양병원은 환자와 보호자가 간병비를 전액 부담한다. 따라서 보험사들은 해당 간병비를 보험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간병보험 상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간병은 치매와 연관이 깊어 보험사들은 간병·치매보험 상품으로 판매 중이다. 보험개발원이 집계한 간병·치매보험 가입자는 약 799만명 수준으로 그중 65세 이상 고령자는 27.2%를 차지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간병비가 건강보험 적용이 되면 간병보험 시장은 당연히 축소될 것"이라며 "다만 간병 서비스 확대나 정부 지원이 부족한 부분을 보장해 주는 상품 개발로 연결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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