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을 계산할 때 성과급이 포함될지 여부가 대법원 최종 결론을 앞둔 가운데 올해도 산업 현장을 뒤흔들 노동 관계 판결이 잇따를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기업의 사전 대비와 대응 전략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19일 법무법인 세종과 공동으로 '2024년 주목해야 할 노동 판결 및 기업 인사노무 전략 웨비나(웹 세미나)'를 개최했다. 대한상의와 세종은 올해 선고 대법원 선고 예정인 노동 관계 사건 중 파장을 미칠 3대 판결로 △경영성과급의 평균임금 포함 여부 △통상임금 제외 기준인 재직자 요건의 유효성 △원청 사업주와 하청 노조 간 단체교섭 의무를 꼽았다.
퇴직금 산정 범위와 관련해 노사 간 의견은 극명하게 갈린다. 퇴직금은 1년 이상 계속 근로한 사람에게 지급되는데 퇴직한 날로부터 90일 이전까지 평균임금에 따른다. 노동계는 '평균임금'에 성과급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영계는 성과급은 근로자의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보상 개념으로 근로의 대가인 임금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본다.
이에 대해 김동욱 세종 파트너 변호사는 "만일 대법원에서 경영 인센티브(성과급)를 임금으로 인정하면 퇴직금, 휴업수당 산정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 범위가 넓어져 기업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며 "제2 통상임금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변호사는 또한 "이미 대법원이 공기업의 성과급이 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여러 차례 내린 만큼 추후 민간 기업에 대해서도 같은 판결을 할 수 있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주목할 사건은 재직 상태인 직원에게만 지급되는 급여 항목을 통상임금으로 볼 것인지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급여 규정에 "정기상여금은 재직 중인 자에게만 지급한다"와 같은 조건이 명시되더라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하급심이 나오고 있다. 휴일·연장근로수당 등을 산정하는 기준인 통상임금에 이른바 '재직조건부 급여'가 포함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지출이 급증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해당 판결은 3대 노동 판결 중 가장 빨리 선고될 전망"이라며 "과거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을 신뢰해 임금체계를 구축한 기업으로서는 폭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은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갖는다'고 한 바 있다. 재직조건부 급여는 지급 대상이 일률적이어야 한다(일률성)는 원칙과 맞지 않아 많은 기업이 통상임금에서 제외해 왔다.
마지막으로는 원청 사업주가 하청업체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하는지다. 이는 지난해 화제가 된 '노란봉투법'과도 연관이 깊은 사안으로 노동계에서는 하청업체 근로자의 노동력을 사용하는 원청 사업주가 하청 노조와 교섭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김 변호사는 "대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주면 노란봉투법이 입법된 것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면서 "원청은 하청 노조와 일일이 교섭해야 하고, 하청 노조는 원청 사업장에서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협력업체와 원·하청 관계를 면밀히 진단하고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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