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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4월 위기설' 도화선 될라... 위기의 건설사들 '악성 미분양' 털어내려 안간힘

한석진 기자 2024-03-07 12:40:56
서울 강남구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이코노믹데일리 DB]

총선 후 건설사들이 잇따라 무너진다는 ‘4월 위기설’이 도는 가운데 미분양이 다시 늘면서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미분양 물량 해소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계약자와 혜택을 못 본 기존 계약자 간에 갈등이 벌어지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 1월 지방 악성 미분양 아파트 9115가구··· 부산 33% 급증, 제주 경남도 쌓여가
 
6일 업계 및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올해 1월 지방 준공후 미분양 아파트는 9115가구로 지난해 12월(8690가구) 보다 4.9% 늘었다. 올 1월 기준으로 지방 미분양 아파트 100채 중 17채가 악성 미분양물량이다.
 
지역별로 부산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지난해 12월 882가구에서 올해 1월 1174가구로 한 달 만에 33.1% 급증했다. 부산에서 전체 미분양 주택 중 34.8%가 다 짓고도 팔지 못하는 준공 후 미분양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산의 경우 악성 미분양이 지난해 말까지 700~900가구를 유지해 왔으나 올해 1000가구로 늘어났다"며 "제2의 대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경남도 악성 미분양 물량이 늘고 있다. 2022년 12월에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694가구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2월 1116가구에서 올 1월 1190가구로 6.6% 증가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제주도 악성 미분양이 지난해 12월 1059가구에서 올해 1월 1089가구로 2.8% 증가했다. 2021년 1월(1063가구) 이후 3년 만에 역대 최고치다. 같은 기간 악성 미분양 주택 비중도 42.4%에서 43.8%로 늘었다.
 
대구 역시 마찬가지이다.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올해 1월 1065가구로 지난해 말보다 2.0% 증가하는 등 악성 물량이 적체되고 있다.
 
전남은 올 1월 준공 후 미분양이 1210가구로 전달보다 0.2%(2가구) 줄어드는 데 그쳤다. 하지만 지방 시도 가운데 악성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다.
 
서울시내 한 건설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이코노믹데일리DB]

◆ 주택 수주 31%급감··· 고개드는 '4월 위기설'
 
이에 반해 주택수주는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다. 통계청의 1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건설기성은 전년 같은 달 대비 17.6% 증가했지만, 수주는 53.6% 감소했다. 특히 2022년 말 발생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 이후 2023년 주택 일감은 전년보다 30.5% 줄었다. 올해 들어 1월에도 32.1% 감소하며 저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또한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건설사 회사채 규모는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이 지난 1월 발간한 ‘2024년 회사채 만기도래 현황 및 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만기에 이르는 회사채는 2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9000억원을 두 배 이상 상회한다.
 
올 한해 전체를 놓고 보면 2조9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9000억원 늘었다.
 
이처럼 미분양 증가세와 주택수주가 감소하면서 건설업계의 ‘4월 위기설’이 다시 설득력을 얻고 있다. 4월 위기설이란 총선 이후 건설사들이 연쇄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설이다.
 
실제로 지난달 14일 광주에 있는 세움건설이 법원에서 회생절차를 위한 포괄적 금지명령을 받았다. 23일에는 경기 가평의 선원건설이 포괄적 금지명령을 받았다.
 
미분양이 증가하는 추세는 건설사들의 큰 골칫덩어리다. 건설·시행사들은 주택 분양 대금으로 금융권에서 받은 PF 대출을 갚고 공사비도 충당한다. 하지만 준공 후에도 분양이 안 되면 자체 자금으로 대출과 공사비를 충당해야 해 건설사들의 적자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 건설사 임원은 “중소 건설사들의 경우 1~2개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구광역시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이코노믹데일리DB]

◆ 건설사, 미분양 해소에 전력투구··· '기존 입주민·새 계약자' 갈등도
 
이러한 가운데 건설사는 미분양을 털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고금리 때문에 분양이 늦어질수록 금융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건설사는 그동안 중도금 무이자 대출이나 분양가 할인 정도에 그친 혜택을, 최근엔 직접적인 현금 지원이나 집값 하락 시 분양가 보장 등을 내걸고 있다. 
 
가상 화폐를 분양 대금으로 받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제주도에서 분양 중인 A단지의 시행사는 전체 24가구 중 선착순 5가구에 대해 분양가의 약 20%인 8000만원을 할인해 주고, 분양 대금 중 일부를 현금이 아닌 비트코인 등 가상 화폐로 낼 수 있다고 홍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 화폐로 직접 지급하면, 가상 화폐를 현금으로 찾아갈 때 드는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다”며 “최근 가상 화폐에 관한 관심이 커져, 이를 분양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값이 내려가도 건설사가 분양가에 되사주는 ‘원금 보장’ 마케팅을 내놓은 곳도 있다.
 
울산에 있는 한 아파트는 계약 후 입주 예정일인 내년 7월까지 집값이 하락하면 계약 해제와 함께 계약 원금 반환을 보장하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혜택을 받은 새로운 계약자와 혜택을 못 본 기존 계약자 간에 갈등이 벌어지기도 한다.
 
최근 서울의 한 건설사 본사 앞에는 ‘협의 없는 할인분양 입주 저지로 대응한다’ ‘무책임한 할인분양 선분양자 소급 적용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시위 트럭이 등장한 바 있다.
 
지난해 초 입주한 대구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이 건설사의 할인분양 정책에 반발하며 상경 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 단지는 준공 1년이 넘도록 전체의 약 15%가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이에 시행사는 분양가를 최대 9300만원 할인하기로 했고, 이후 20가구 정도가 할인된 가격에 분양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상 분양가에 계약했던 기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현재 입주민들은 아파트 출입구와 각 가구 발코니 등에 할인분양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앞으로 할인분양을 받아 입주한 가구에 대해 관리비, 주차비 등을 20% 가산하는 관리 규약 변경도 추진하고 있다.
 
오는 10월 대구에서 입주 예정인 C 아파트 역시 건설사가 지난해 2000만원이던 현금 보상을 최근 5000만원으로 올리자 기존 계약자들이 “우리도 같은 조건을 적용해 달라”라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는 이미 시작됐다"며 "지방 도시들은 분양이 잘되지 않아 미분양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경기 침체가 더 길어지고, 미분양이 지금보다 더 늘어나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며 "정부는 양질의 부동산 PF 현장을 지원하고, 본 PF도 열어주는 등 적극적인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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