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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방법이 없다" 카드론 이용 급증…신용점수 떨어져도 '우르르'

지다혜 기자 2024-01-23 06:00:00

저축은행, 건전성 관리 이유로 대출 축소

금감원장 "서민금융 제공 역할 충실" 당부

자료사진 [사진=픽사베이]
[이코노믹데일리] 서민 급전 창구로 통하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의 대출 규모가 줄면서 카드론(카드 장기 대출) 잔액이 늘고 있다. 신용점수 하락과 빚 돌려막기 우려에도 마땅한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의 지난해 11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5조9609억원으로 전달(35조8596억원) 대비 1013억원(0.28%) 증가했다. 2022년 말(33조6404억원) 보다는 6.5%(2조3205억원)나 오르면서 최대치를 찍었다.

지난해 들어 34조원을 돌파한 뒤 상반기를 기점으로 35조원대를 유지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 중 카드론 차주들이 기존에 빌렸던 돈을 갚지 못해 다시 대출받는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 증가 폭도 컸다.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1조5960억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1조664억원)보다 49.6%(5296억원) 급증했다.

카드론은 고금리·고물가로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가계 부채에 시달리는 취약 차주(중·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한다. 문제는 높은 금리로 이자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다시 카드사로부터 돈을 빌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별도의 심사가 없어 대출 과정이 간편하기 때문에 여러 번에 걸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곧 신용점수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된다.

특히 중·저신용자가 카드사 대출로 몰리는 이유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가 대출 문턱을 높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저축은행들은 연체율 상승 우려로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을 늘리지 않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의 여신 잔액은 2022년 10월 말 기준 116조4187억원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107조381억원으로 9조원 넘게 감소했다.

대부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대부업 대출잔액은 14조5921억원으로 전년 말(15조8678억원) 대비 8%(1조2757억원) 줄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대부업체 이용자도 14만1000명(14.3%) 감소한 84만8000명으로 나타났다. 대부 이용자 수는 △2020년 말 138만9000명 △2021년 말 112만명 △2022년 말 98만9000명으로 계속 줄어들었다.

아울러 조달 금리 상승으로 카드론 평균 금리는 계속해서 오르는 추세다. 이런 영향으로 고신용자보다 더 높은 금리로 대출받는 중·저신용자들의 어려움이 확대될 수 있어 우려된다.

다만 금융당국은 중·저신용자들에게도 열려있는 카드사 대출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은 카드사 최고 경영자(CEO)가 모인 간담회에서 "취약 차주에 대한 서민금융 공급을 소홀히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의 대출 금리가 높다는 지적이 있어도 당장 저축은행 등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취약 차주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며 "(카드사들은) 연체율 관리를 비롯해 상생 방안 마련에도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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